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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재 Aug 28. 2022

젊은 황반변성의 슬픔 (1)

내 눈의 질환에 대해 소개합니다☆

나는 21살 때, 황반변성의 일종인 스타가르트병을 진단받았다.


대부분 황반변성이나 스타가르트병에 대해 잘 모를 테니 간단히 설명해볼까 한다. 내 눈의 상태를 예로 들어서.


(1) 황반변성이란? 스타가르트병이란?

나는 내 병을 진단받고 나서 인터넷으로 내 병에 대해 검색해보았다. 검색 결과, 황반변성은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이 변성된 것으로, 황반 부위에 변성이 발생했다는 말은 '빛을 감지하는 고도의 기능을 가지는 황반 부위가 퇴화하여 빛을 보는 기능을 소실했다'는 말이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대부분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타가르트병은 그 황반변성이 어린이, 청소년, 이른 성인 시기에 나타나는 병이라고 한다. 나는 21살에 나타났으니 '이른 성인기'에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2) 증상

처음 발병했을 때에는 단순한 시력 저하 정도로만 느껴졌다. 훈련소 때 사격 훈련 성적이 180명 중 180등(!)을 기록했다든지, 책을 읽을 때 눈이 침침하거나 글자가 붕 떠 보인다든지 등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병이 진행되자,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초점부 시력 손실

누가_내_시야에_낙서했어.jpg

누군가 안경의 초점 한가운데를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칠해 놓은 것처럼 잘 보이지 않는다. 초점을 여기저기 움직여봐도 항상 초점 부분에는 검은 얼룩이 져 있다. 이로 인해 글씨를 읽기 어렵고, 얼굴을 인식하기 힘들며, 색깔 구분도 잘 안 된다. 스타가르트병의 가장 핵심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 빛 민감

밝은 빛에 민감해진다. 쨍쨍 내리쬐는 햇빛, 자동차 헤드라이트, 스마트폰 및 모니터의 밝은 불빛 등에 눈이 많이 부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스마트폰 밝기는 항상 0~10% 수준으로 유지하고, 선글라스를 쓰고 TV를 본다. 일할 때에는 모니터 색상을 반전해서(고대비, 다크 모드) 어둡게 본다.


- 눈의 피로

일반인들이 눈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2~3배를 사용하는 느낌이다. 초점부 시력은 손실되었으나 주변부 시력이 잔존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보려면 항상 눈에 힘을 주어야 한다. 또 눈살을 찌푸리고 가까이서 보면 일시적으로 잘 보이기 때문에 정밀한 작업(돈 계산 같은)을 할 때면 눈과 목, 어깨의 피로도가 같이 올라간다.


우선 이 정도로 적겠다. 사실 첫 번째 증상이 모든 부가적인 증상들의 원흉이다. 이거 하나만으로 일상이 많이 힘들어지고 인생이 많이 피곤해진다.


(3) 원인

진단받은 지 11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 병원에서는 '아마도- 그건 유전이었을- 거야'라는  말을 하지만 할머니할아버지엄마아빠형제자매이모고모삼촌사촌 모두 관련 증상을 보인 적이 없고, 최근 채혈해서 실시한 유전자 검사에서도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희귀한 질환이라 연구가 덜 되었는지, 의사들도 확신을 가지고 유전성 질환이라고 말하지는 못 하는 것 같다. 외적인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군대에서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은 후 발병했기 때문에 원인을 그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환자보다는 의사가 정확하겠지만...

이미 발병한 상황에서 원인을 따지는 것이 별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녀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 3살짜리 딸은 부디 괜찮았으면 좋겠다. 내 질환의 원인이 유전적 요인이 아니었으면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4) 치료법

없다.

그냥 눈 영양제 열심히 먹고 진행이 더디게 되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20대 때에는 '30~40대쯤 되면 치료법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행복 회로를 돌려보았으나 30대가 된 지금... '40~50대쯤 되면 치료법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아직도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치료법에 대해 감감무소식인 것을 보면, 언젠가 기대를 버려야 할 때가 올 것도 같다.


우선 이 정도가 내가 가진 질환의 주관/객관적인 상태이다.

스타가르트병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는 인터넷에 많이 올라와 있으나, 이 병을 달고 살아가는 사람의 일상은 아직 본 적이 없기에 나는 나를 관찰한 내용을 앞으로 글로 남기려 한다.

이 글들이 나와 비슷한 상황의,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사람들에게 약간의 도움과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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