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의 음식

by 허당 써니

한 해의 끝자락에서 추억이 떠오른다. 40년 전 등 시절 온 세상이 고요히 잠들어 있는 겨울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부모 앉아서 기도드릴 때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잠결에 크리스마스 찬송가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어제 낮에 엄마가 사 오신 선물 상자를 들고 문밖으로 나가시는 소리와 함께, ‘철커덕’하며 대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이어졌다. 몇 곡의 찬송가 소리와 함께 다시 ‘철커덕’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깊은 잠 속으로 다시 빠져들었다.


아침이 밝았을 때, 고소한 냄새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우리 남매들은 고소한 파 떡 냄새에 이끌려 하나둘씩 눈을 뜨고 거실로 향했다. 창밖에는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고, 오늘은 크리스마스,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였다.

엄마와 아빠는 어젯밤 교회 청년들이 우리 집에 찾아와 찬송가를 불러주며 기도해 주었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우리 집은 외지고 동네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늘 크리스마스마다 교회 청년들이 찾아와 노래를 불러주니 정말 고맙네.” 아빠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남매는 냄새의 발원지를 찾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밥솥에는 따끈따끈한 찐빵이 한 가득 들어 있었다. 형제가 많은 우리 가족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은 늘 찐빵이었다. 대부분의 찐빵은 팥이 들어 있었지만, 간혹 야채 소스가 들어간 특별한 빵도 섞여 있었다.

쟁반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들 사이에서 우리 남매는 야채 빵을 찾아내기 위해 눈을 빛내며 빵 속을 투시하려 애썼다. 올해 야채 빵의 행운은 작은오빠에게 돌아갔다. “아싸! 야채는 내 거네! 와우, 신난다!” 작은오빠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발견한 듯 기뻐하며 소리쳤다.

나는 비록 야채 빵을 손에 넣지 못했지만, 한겨울 눈 내리는 방에서 가족들과 함께 먹던 찐빵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별미였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선물 대신, 가족과 함께 찐빵을 나누며 느꼈던 사랑과 따뜻함은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은 성수동에 살면서, 거리마다 핫플레이스 빵집들이 줄지어 있다. 사람들은 화려한 모양과 다양한 맛의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선다, 나는 옛날의 맛을 떠올리며 여러 빵을 먹어보았다. 밥보다 빵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요즘의 빵은 그저 달거나 느끼할 뿐, 그때 추억의 맛을 재현하지 못해 통밀빵만 먹는다.

마트에서 파는 하얗고 보드라운 찐빵도 전자레인지에 데워 가끔 먹어보지만, 상업적으로 만든 달 달한 맛일 뿐입니다. 그때의 찐빵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한 사랑과 추억의 상징이었다.


눈 내리는 겨울밤이면, 어둡고 추운 밤에 찬송가를 부르며 우리 집을 찾아왔던 교회 청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의 따뜻한 노랫소리와 함께 먹었던 찐빵의 맛은, 이제 다시는 맛볼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의 일부로 내 마음속 깊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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