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온 세상이 팝콘처럼 포근한 꽃송이들로 터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계절의 온기에, 마음도 덩달아 말랑말랑해지는 요즘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본다.”
– 아나이스 닌 (Anaïs Nin)
요즘 세상을 보면 정말 복잡하고 피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쟁, 기후 위기, 범죄, 불평등… 뉴스만 켜도 금방 우울해지곤 하죠.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어'라는 생각이 당연한 듯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팩트풀니스』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세상을 오해하고, 그 오해를 진실이라 믿는지를 따뜻하지만 날카롭게 알려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어쩌면 틀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저자는 인간의 사고에는 10가지 본능적인 오류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 본능들은 본래 생존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는 오히려 세상을 왜곡하게 만들죠.
� 간극 본능 – 세상은 둘로 나뉘어 있다
� 부정 본능 – 나쁜 소식만 보도된다
� 직선 본능 – 모든 변화는 선형적이다
� 공포 본능 – 세상은 위험하다
� 크기 본능 – 숫자에 쉽게 현혹된다
� 일반화 본능
– ‘그 사람들은 다 그렇지’라는 생각
� 운명 본능 –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 단일 관점 본능
– 한 가지 시선으로만 세상을 본다
� 비난 본능 – 누군가의 탓으로 모든 걸 설명하려 한다
� 다급함 본능 –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조급함
이 중에서도 특히 일반화 본능과 운명 본능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얼마나 자주 어떤 나라, 어떤 집단, 어떤 사람을 한 덩어리로 묶어 판단하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과거의 모습 그대로 지금도 그렇다고 단정 지은 적은 없었을까요?
책 제목인 ‘팩트풀니스(Factfulness)’는 사실 영어 사전에 없는 단어입니다.
저자가 새롭게 만든 말인데요, 말 그대로 ‘사실에 충실한 태도’를 의미합니다.
요즘 우리는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정보, 누군가의 의도가 담긴 기사,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 속에 둘러싸여 삽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는 거죠. 그렇게 우리는 점점 진실과는 멀어지고, ‘믿음’이 ‘팩트’인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이 본능들을 경계하고, 스스로의 인식에 끊임없이 물음을 던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팩트를 기반으로 세상을 이해하면, 훨씬 덜 두렵고, 훨씬 더 희망적인 세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팩트풀니스』는 단순히 정보를 분석하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우리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말합니다.
세상은 계속 변화하고 있고, 우리는 그 변화의 일부입니다.
그 흐름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팩트’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힘이죠.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사실(fact)이라는 이름을 불러줄 때, 세상은 비로소 ‘꽃’처럼 명확해집니다.
나는 지금 어떤 본능에 휘둘리고 있는 걸까?
내가 믿는 ‘팩트’는 정말 사실일까, 아니면 감정일까?
나는 다양한 시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팩트풀니스』는 그런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더 나은 나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우리 모두가 '팩트풀니스'한 삶을 살기를.
당신이 바라보는 세상은 생각보다 더 나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