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변산 해수욕장에서 가족들과의 물놀이를 생각나게 하는 새하얀 오후다.
점심에는 학교 선배 그리고 내 오래된 풋내음이 머물러 있는 이문동의 후배와 점심을 하였다.
새해가 시작되고 어느새 4월이고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고 실은 상념과 기분 같은 것이 엇갈리는 것인데 이들을 끌고 가는 실타래를 맨 앞에서 잡은 손은 봄이라는 생동이다.
생업에 투입해야 하는 에너지와 다르게 봄의 열기는 나를 계속 다른 곳으로 들썩이게 한다 내 몸은 실은 이동을 바라고 있다. 휴게소의 왁자지껄함과 차 안의 에어콘 바람과 선글래스의 비닉된 시선 그리고 어딘가 어느 바닷가에 당도하여 맡을 초저녁 무렵의 선선한 바닷 바람, 대화와 웃음의 소리들이, 먼데서 오는 짙푸른 물결 위에 녹아드는 그런 정경과 소란들이 내 안에서 상상되어지고 현실이 되어 나가기 위해 몸을 두드린다
아, 사월은 잔인한 달인가. 너무 눈이 부셔서, 양심까지 비추어서. 나는 잘 모른다고 말한다. 몰라야 할 것인가. 제약과 비약 사이에서 졸음을 내쫓으며 차분히 페이지를 넘기는 내 모습이 있다
앞 뒤로 활짝 문을 열어 놓은 사무실에도 식물의, 꽃의 포자들이 침투해 왔다
공기에 부유하는 이 작은 것들 마저 봄의 만개를 선언하고 있다 그것들은 그리움을 따라잡고 도착을 바라고 있다.
나는 당신이 그리웁다.
그래 그리워 할 수 있어 이 오후의 자리잡음이, 내 공간이, 봄의 환한 햇볕에 보태 지금 가장 느긋한 평안함을 선물하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