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세 어른의 기침 소리를 들었다

by 덴고 싱클레어

7일간의 몸살 끝에 오늘 아침 링겔을 맞으러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나는 적잖이 부끄러웠다


처음엔 내 침상 양쪽이 비어 있어 몰랐는데 응급환자들이 내가 링겔을 맞는 2시간 동안 계속해서 자리를 바꿔가며 진짜 고통의 소리를 들려줬기 때문이다


나는 제 발로 응급실에 들어가면서도 다른 환자들의 존재를 예상하지 못한 것인데, 인생 최초의 응급실에서의 두 시간 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여전히 내 왼편에 누워 치료를 받으시던 105세의 할머니의 잔영이 눈에 밟힌다


할머니 또한 감기 때문에 나 처럼 오셨다. 감기 이틀째라는 데 눈 감고 듣기만 하는데도 돌아가실 것만 같았다 노인의 기침 소리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아픈 노인의 기침 소리도, 담이 섞인 아픈 노인의 그 소리도. 그런데 100세 넘은 할머니의 정말 아픈 기침 소리를 바로 옆에서 들어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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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그 기침에서 105세의 전 인생을 걸고 계셨다


쇠락한 신체에게 남은 힘이 아직 있다면 허락해 다오 그렇게 밖에는 기댈 게 없는, 정신력이란 말은 신체를 떠나버려 사어가 되어버린 그런 경계 너머의.


의사가 다가와 할머니의 눈을 확인 해 보시려 하나 보다. "할머니 눈을 떠 보세요, 제 말이 들리세요?"


할머니를 모시고 온 분은 할머니의 사위였다. 그럼 이 노신사이실 분의 연세는 또한 어느 정도란 말인가 사위께서는 할머니가, 그러니까 당신의 장모님이 1911년 생이라고 의사에게 일렀다


나는 할머니의 100년 인생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 할머니의 10대는 1920년대 였을 것이고 20대는 중국과 일본이 패권을 다투던 1930년대 그리고 30대에 할머니는 자식들과 해방의 기쁨에 마을 어디에서 태극기를 들어 올리셨을까.


1940년대에 30대를 사신 할머니와 70년이 흐른 2010년대에 30대의 나이를 살고 있는 내가 나란히 침대에 누워 같은 진단으로 링겔을 맞고 누워 있으니 묘하지 않을 수야.


물론 나 역시 링겔을 맞으며 기침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할머니도 나랑 비슷하게 하셨을 70년 전의 아직은 생에 치우친 기침을.


일주일 간 몸살을 앓으며 극에 달할 때는 유서 한 줄이 떠 오르기도 했었는데 몹시 유치하고 유아론적이기도 한 얼치기 작태였던 것이다


나와 할머니의 기침 사이에, 왼편의 할머니 침대와 내 침대 사이에 70년의 세월이 공백처럼 숨어있었다


노인을 공경해야 한다는 말. 장유유서. 나는 그저 이렇다. "그 끔찍한 세월 그리고 달콤한 세월 그렇게 오랫동안 맞아내고 안아냈다는 것에 할 수 있는 예를 다 해 고개를 숙입니다."


글이 난삽하다. 내 몸은 이제 90프로 회복되었다. 그래서 난삽하긴 해도 이렇게 누워서 오랜 시간 쓴다.


이 시각 어느 불 꺼진 방 안에 할머니는 계실 것이다 아프실 것이다 기침도 하실 것이다 105년 인생을 걸고 계실지 모른다


누군가 당신을 생각했다 당신의 유년을 장년을 노년을, 당신이 아이었을 모습을, 수줍게 웃었을 얼굴을, 결혼을 하고 아이를 젖 주었을, 전쟁이 나고 피난을 갔을, 보릿고개를 넘었을, 쿠데타를 겪고, 새마을 운동을 하고, 쥐 잡기 운동에 열 올리고, 훌쩍 지나 88올림픽. 무엇보다 당신의 일상들, 잊혀진 꿈들.


할머니가 이른 시간 안에 쾌차하시길 진심으로 빈다.


(2086년에 내 나이가 할머니의 나이가 된다. 그 때 2053년에 태어날 어느 소녀 혹은 소년과 같은 침상에 누워 링겔은 말고, 서태지의 음악을 듣자 4집 2번 트랙(“슬픈아픔”)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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