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by 덴고 싱클레어

이 책에는 위스키의 향이 묻어 있어.


페이지의 면면마다 호박빛깔의 영롱한 위스키가 피어올리는 어쩌면 매캐하다고까지 여겨질 이탄향이 있어.


테뉴토에서의 그 날을 머금으며 마크 로스코 풍의 그림이 잠겨 머물던 어두운 조명, 조용한 음악, 친절했던 바텐더가 내어 온 아일레이 위스키들(시음을 위한 것들)을 우리는그 병 하나하나의 라벨과 맞춰가며 음미했었는 걸.


그때 네가 제일 좋아한다던 위스키를 이 책에서도 찾았어


라거불린 16yrs.


내게 옆 얼굴을 보이며 지긋이 가장 좋아한다던 그 위스키가 든 잔을 어루만지며 그 액체가 그려내는 아지랭이 어딘가를 더듬 던 차분하던 눈빛을 기억해.


아드벡이며, 라프로익이며, 보모어이며, 브나하벤이며를 생각할 때, 그것을 만질 때,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우리의 테누토를 떠올려.


아일레이 섬은 우리의 사이만큼 고립되어 있나봐.


그러나 무라카미 옹이 그러셨듯, 언제고 발을 내딛고 싶어질 때쯤(사실은 지금도 몹시 그렇지만) 라거불린을 들고 당신에게 손짓할게.


이리와, 코 끝을 잔에 먼저 대어봐, 이탄향을 머금은 아일레이 위스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