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지 하면 제주도뿐일까?” 이 질문에 고개를 젓게 만드는 곳이 있다. 경상남도 남해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남해군은 지난 5월 8일 ‘2025 고향사랑 방문의 해’ 추진 보고회를 통해, 지역 정체성과 관광자원을 결합한 전략을 본격적으로 공개했다. 보고회에서는 “국민고향, 남해로 오시다”라는 따뜻한 슬로건 아래, 남해 출향민은 물론 전국민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안들이 제시됐다.
이번 프로젝트의 중심은 남해의 정체성을 담은 ‘남해 12경’이다.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삶의 흔적이 어우러진 명소들을 하나하나 묶어낸 것이다.
그중 첫손에 꼽히는 곳은 금산과 보리암이다. 이름 그대로 비단을 덮은 듯한 금산 자락을 따라 금산바래길이 펼쳐지고, 그 끝에 위치한 보리암에서는 수려한 바다 풍경과 함께 마음을 울리는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소원을 이뤄주는 산”으로 불릴 만큼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1973년 완공된 남해대교는 당시 동양 최대 규모의 현수교였다. 이 다리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임진왜란 최후의 전투가 벌어진 노량해협과도 맞닿아 있다. 그 아래 충렬사에는 이순신 장군의 가묘와 실물 크기의 거북선이 남아 있어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
남해에서 빠질 수 없는 명소, 상주은모래비치는 송림과 고운 백사장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지족해협의 죽방렴과 이를 잇는 창선교는 해가 지는 시간, 붉게 물든 바다 위의 실루엣이 압도적인 장관을 만든다.
조용하지만 깊은 감동을 주는 유적지도 많다. 관음포 이충무공 유적지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 숨을 거둔 곳으로, 국가 지정 문화재로 보호되고 있다.
한편, 가천리의 다랭이마을은 척박한 지형을 개간한 680여 개의 계단식 논이 장관을 이루며, 지금도 소와 쟁기를 사용하는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잊히지 않는 감성의 여운, 남해의 문화 풍경
서포 김만중 선생 유허지는 유배지 노도에서 그가 남긴 문학적 발자취를 되짚을 수 있는 공간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배인 작품 세계를 통해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송정솔바람해변은 청정한 해변과 넓은 백사장으로, 피서철이면 수많은 해수욕객들이 찾는다.
남해에서 가장 높은 망운산과 그 아래 자리한 화방사는 운무를 끼고 걷는 듯한 신비한 산행 코스를 제공한다. 더불어 물건리 방조어부림은 해안과 숲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바닷가 산책길’로, 깊은 힐링을 원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신라 원효대사의 설화가 전해지는 용문사는 고요한 산사로, 명상과 휴식이 어우러지는 성소다. 창선-삼천포대교는 봄이면 유채꽃과 어우러진 풍경으로 야경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해질 무렵의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남긴다.
2025년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고향이라는 감정의 장소를 다시 찾고 경험하는 해로 기획되고 있다. 남해군은 그 중심에서 과거와 현재,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