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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 알고 가면 더 특별한 ‘그곳’

by 다닥다닥

최근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는 한 공간이 조용히 주목받고 있다. 격식과 권위의 상징 같았던 국립중앙박물관이 젊은 세대 사이 ‘역사 성지’로 떠오르며,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새롭게 열고 있는 것이다.


2025년 5월 23일, 여행지도 용태영 기자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의 새로운 명소 ‘외규장각 의궤실’이 관람객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전시 공간은 2024년 11월 개관한 이래 MZ세대와 역사 애호가를 아우르는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55_100_1136.png 유튜브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사유의 방’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조선 왕실의 주요 의례를 꼼꼼하게 기록한 ‘의궤’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 공간은, 특히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에 의해 불법 반출되었다가 2011년 마침내 환수된 ‘외규장각 의궤’를 상설로 전시해 깊은 의미를 더한다.


외규장각은 정조가 강화도에 설립한 왕실 도서관으로, 왕이 직접 열람하기 위한 특별판 의궤가 보관된 장소였다. 회화와 장식까지 정교했던 이 자료들은 침탈의 대상이 되었고, 오랜 세월 외국에 머물러야 했다. 박병선 박사와 문화계의 협업으로 돌아온 이 귀환의 유산은 이후 꾸준히 연구·공개되어 왔다.


의궤실 내부는 당시 서고의 분위기를 정교하게 복원해 몰입감을 더한다. 목재 기둥과 창살, 전통 문양으로 장식된 공간에는 결혼, 장례, 제사 등 조선 왕실의 주요 의식들이 어람용 의궤로 재현되어 있다. 단순한 문서가 아닌, 그 시대의 생활과 미감, 질서를 담아낸 문화 자산으로서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55_101_1421.png 유튜브 '국립중앙박물관'

방문객들은 단순히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 서고’에서 한 장 한 장 실제 의궤를 넘기는 듯한 경험도 할 수 있다. 번역된 한문 텍스트와 해설, 도설에 대한 영상 설명까지 제공돼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쉽게 접근 가능하다. 역사 교육은 물론이고 시각적 몰입도 또한 높다.


전시는 1년에 총 32책의 의궤를 3개월 단위로 8책씩 교체 전시하는 방식을 택해, 재방문 시에도 새로운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현재는 ‘종묘수리도감의궤’, ‘장렬왕후존숭도감의궤’ 등 유일본을 포함한 희귀 의궤들이 전시되고 있으며, 숙종이 주관한 가례 절차와 삼년상 기록 등 역사적 맥락이 뚜렷한 자료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또한 박물관 누리집에서는 ‘별삼방의궤’도 디지털 방식으로 열람할 수 있다. 국왕이 복귀 의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설치된 임시 조직 ‘별삼방’의 활동을 기록한 이 의궤는 현종, 숙종, 영조 시대에만 존재했던 것으로, 대단히 희소한 자료다. 이 역시 대중의 역사 이해를 돕는 귀중한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55_102_1630.png 유튜브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관람 후에는 상설전시관 3층의 ‘공간_사이’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이곳은 국보 ‘성덕대왕신종’을 LED로 재현하고, 음파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청음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시청각뿐 아니라 촉각까지 동원한 다중 감각 전시는 박물관이라는 공간의 경계를 확장하며, 관람객에게 색다른 여운을 남긴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창의적 해석, 그리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몰입형 체험은 국립중앙박물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누구나 머무르고 싶어지는 문화 명소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유 있는 주말, 도심 속에서 조선의 왕실과 마주하는 이 여정은 충분히 특별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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