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한 달 살기 ‘현실판 로망’
한 달 이상 머물며 새로운 도시에서의 삶을 체험하는 ‘한 달 살기’ 여행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요즘, 체코 프라하가 주목받고 있다. 고풍스러운 유럽 감성은 물론, 한국보다 낮은 물가로 장기 체류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블타바강 - 체코관광청
체코는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고 자국 통화인 코루나(Kč)를 쓰고 있어, 주요 유럽 국가 대비 외식·숙박·교통비 등 전반적인 비용이 저렴하다. 프라하는 특히 문화적 깊이와 경제적 효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도시로, 요즘 젊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장기 체류 ‘최적지’로 떠오르고 있다.
프라하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블타바강을 따라 늘어선 붉은 지붕의 건물과 고딕·르네상스·바로크 양식이 뒤섞인 건축물들이 거리를 걸을 때마다 눈을 사로잡는다.
여름철(6~9월)은 프라하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평균 기온은 16도 전후로 쾌적하며, 습도가 낮아 도보 여행에 최적이다.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시간을 거슬러 걷는 도시의 매력
프라하를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는 천 년의 역사를 지닌 ‘프라하성’이다. 체코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며, 안에는 성 비투스 대성당, 황금소로, 구왕궁 등이 자리해 한 장소에서 유럽의 역사와 건축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카를교는 또 다른 명물이다. 블타바강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14세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고딕 양식의 상징으로, 낮에는 거리 공연과 산책하는 사람들로 활기차고, 밤에는 연인들이 찾는 낭만적인 장소로 변모한다.
구시가지 광장은 중세 유럽의 중심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특히 천문시계는 매 정각마다 펼쳐지는 퍼포먼스로 유명하며, 수많은 관광객이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미리 자리를 잡고 기다린다.
조금 더 프라하의 진짜 삶에 다가가고 싶다면, 말라스트라나 지역이 제격이다. 조용한 골목과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로 지역 주민들이 찾는 카페와 빵집이 줄지어 있으며, 여행자가 아닌 현지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구역이다.
맥주 한 잔과 함께하는 저녁, 체코의 맛을 즐기다
체코는 세계에서 1인당 맥주 소비량이 가장 높은 나라로, 프라하 역시 다양한 지역 맥주로 유명하다. 필스너 우르켈, 부드바르 같은 브랜드는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으며, 프라하의 펍에서는 훨씬 더 신선하고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전통 음식으로는 콜레뇨(족발 요리), 베프르조 크네들로 젤로(돼지고기·양배추·빵 조림)가 있으며, 달콤한 굴뚝빵 ‘트르들로’는 디저트로 인기가 많다. 전통과 현지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것도 프라하 장기 체류의 매력 중 하나다.
실용 정보도 탄탄… 여행보다 '삶'에 가깝게
프라하에서는 유로 대신 코루나를 사용하므로, 환전은 현지 시내 환전소에서 하는 것이 유리하다. 교통은 트램, 지하철, 버스가 효율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1일권 또는 3일권 교통패스를 이용하면 경제적이고 편리하다.
현지 식당에서는 팁 문화가 있으므로 보통 결제 금액의 10% 정도를 더해 지불하는 것이 예의다. 관광지는 영어가 대부분 통하지만, 재래시장이나 소규모 상점에서는 간단한 체코어 인사말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이는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서, 현지인과의 관계에서 호감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프라하에서의 ‘한 달 살기’는 관광 위주의 빠른 여행과는 다르다. 매일 명소를 찍는 대신, 동네 슈퍼에서 장을 보고, 로컬 카페에서 책을 읽고, 시장 골목을 걸으며 그 도시의 호흡과 리듬을 체험하는 여행이다.
숙소는 호텔보다는 중심지의 로컬 아파트나 장기 게스트하우스를 추천한다. 프라하는 장기 체류자를 위한 숙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생활형 여행을 하기에도 적합하다.
이처럼 프라하는 고즈넉한 유럽의 정서와 합리적인 비용, 실용적인 생활환경까지 모두 갖춘 도시로, 이제는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