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꽃길, 수국의 정원
제주의 여름은 수국이 알린다. 짙은 초록 사이로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수국들이 섬 전역을 물들이기 시작하면, 여행자들은 하나둘 서귀포 안덕면 ‘카멜리아힐’로 발걸음을 옮긴다. 수국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단 몇 주간의 계절을 맞아, 지금 이곳은 그야말로 ‘꽃의 정원’이 된다.
동양에서 가장 큰 동백나무 수목원으로 알려진 카멜리아힐은, 겨울에는 동백꽃으로 사랑받지만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는 완전히 다른 풍경을 선보인다. 이 시기에 맞춰 피어나는 수국은 7월까지 이어지며, 공간 전체를 화사하게 덮는다. 사람들은 이 계절이 되면 수국 감상에 가장 어울리는 장소로 이곳을 첫손에 꼽는다.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는 수국길은 마치 동화 속 장면처럼 구성돼 있어, 걷기만 해도 영화 한 장면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붉은빛, 보랏빛, 푸른빛 수국이 무작위로 피어 있는 이유는 ‘토양의 산도(pH)’ 때문이다. 산성에 가까울수록 파란 계열, 알칼리성이 강하면 붉은 계열로 꽃이 물드는 자연의 이치가 그 신비로움을 배가시킨다.
유리온실에서 만나는 수국 왕국의 정원
카멜리아힐의 또 다른 매력은 방문객마다 다른 풍경을 기억하게 해주는 테마 공간이다. 총 29개의 콘셉트 공간이 서로 다른 분위기로 구성되어 있어, 꽃을 보는 재미 외에도 공간을 누비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장소는 ‘유리온실’이다. 입장하자마자 펼쳐지는 수국 터널과 꽃 오브제로 가득 찬 정원은 마치 수국 왕국을 연상케 한다. 고풍스러운 조형물과 유리천장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만나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유리온실 안에는 분수와 열대식물도 함께 어우러져 있어 잠시 더위를 피하고 머물기에도 좋다. 특히 ‘하르방 커플 포토존’은 연인들이 꼭 한 번 들르는 곳으로, 인생샷을 남기기에 제격이다. 계절에 따라 주제가 달라지는 유리온실은 한 번 방문했던 사람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이 외에도 곳곳에는 다양한 포토 스팟이 숨겨져 있다. 돌담 사이에 피어난 수국, 나무 그늘 아래 놓인 의자, 꽃으로 뒤덮인 계단 등, 사진을 찍지 않고 지나치기 어려운 풍경이 곳곳에 기다리고 있다. 가족 단위 여행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아이들과 함께 꽃길을 산책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이 수국 풍경은 여름 한정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꽃이 지고 나면 같은 장소도 전혀 다른 풍경으로 바뀌기 때문에, 수국 시즌을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만 한다. 카멜리아힐이 “지금이 아니면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