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갯벌·조망대…조용한 죽도의 사계절
햇살이 점점 여름 기운을 품는 6월 초, 조용하던 충남 홍성의 외딴 섬 ‘죽도’가 SNS를 중심으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바다나 산으로 몰리던 여행 트렌드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관심이 보다 한적하고 특별한 장소로 옮겨간 결과다.
홍성군은 지난 4월, 3월 한 달간 죽도를 찾은 여행객이 7,20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달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역 당국은 올해 안에 누적 방문객이 3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죽도는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에서 배로 단 1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섬이다. 주변의 11개 섬과 함께 ‘열두대섬’으로 불리며, 그중 유인도인 죽도에는 현재 29가구, 57명이 거주하고 있다. 예전부터 대나무가 많아 ‘죽도(竹島)’란 이름이 붙었고, 섬 전체가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바다색은 옅은 에메랄드에서 깊은 푸름까지 다채롭게 변하고, 기암절벽과 야생화가 어우러진 해안선은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특히 해 질 무렵, 섬의 실루엣이 물가 위에 드리우는 장면은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 “여긴 진짜 사진 맛집”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곳을 찾은 이들이 가장 많이 걷는 코스는 1km 길이의 대나무숲길이다. 울창한 대나무와 바닷바람이 어우러지는 이 산책길은 혼자 걷기에도,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해안 산책로와 더불어 세 곳의 조망대도 있어, 각기 다른 각도에서 섬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전설과 생태가 만나는 공간, ‘용난듬벙’ 체험
죽도 본섬과 큰달섬 사이엔 ‘용난듬벙’이라 불리는 원형 구덩이가 있다. 바닷물이 빠지면 모습을 드러내는 이곳은 “용이 내려와 쉬었다”는 전설이 얽혀 있으며,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생태 체험지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조수 간만의 차를 활용한 전통 방식인 ‘독살 체험’은 자연의 원리를 배우는 데도 적합하다.
이외에도 직접 갯벌에서 바지락이나 대하를 채취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 섬 주변을 유람선으로 둘러보는 관광 서비스 등도 운영되고 있다.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죽도 세 끼’ 프로그램은 특히 눈길을 끄는 체험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섬 안에서 자란 식재료를 활용한 집밥 스타일의 식사를 제공하며,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현지에서 바로 맛볼 수 있어 여행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죽도는 낚시 애호가들에게도 인기 있는 장소다. 감성돔, 우럭, 광어 등 다양한 어종이 잡히며, 섬 곳곳이 낚시 명당으로 활용된다. 잡은 생선으로 직접 끓여 먹는 매운탕은 여행에서의 색다른 경험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단, 기상 확인과 장비 착용은 기본 안전 수칙이다.
죽도행 배편은 남당항에서 하루 5~6회 왕복 운항하며,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이용 가능하다. 소요 시간은 약 15분, 왕복 요금은 일반 성인 기준 1만 원이다. 1~2월은 미운항 기간이니 방문 전 운항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심에서 멀지 않지만, 그 고요함과 여유는 마치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눈에 띄는 상업시설 없이도 걷고, 느끼고, 먹으며 하루를 채울 수 있는 죽도는 지금 SNS에서 가장 조용히 떠오르는 진짜 힐링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