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만 보고 사면 실패하는 이유
와인을 마셔본 적은 있지만 사본 적은 없는 이들이 프랑스에 가면 가장 당황하는 순간은 매장 진열대 앞이다. 수백 병이 줄지어 놓여 있는 와인숍에서 무엇을 고를지 몰라 결국 손에 든 병을 내려놓는 경우가 많다. 와인 강국 프랑스지만, 초보자에게 그만큼 어렵게 느껴지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25년 6월 19일부터 22일까지 프랑스 보르도에서는 세계적 와인 축제 '보르도 페트 르 뱅'이 열린다. 수많은 여행객이 몰리는 이 시기, 현지에서 직접 와인을 구매하려는 이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정보의 부재’다. 프랑스 와인의 라벨은 지역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초보자는 맛이나 포도 품종을 유추하기 어렵다.
예컨대 '샤블리'나 '뽀므롤' 같은 이름은 지역을 뜻할 뿐, 어떤 맛을 지닌 와인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그래서 와인을 잘 모른다면, 첫걸음부터 방향을 잡아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라벨이나 높은 가격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미리 정하는 것이다.
와인 선택, 이렇게만 접근해보자
가장 먼저 와인의 색을 선택하면 좋다. 레드와인은 육류나 구운 요리와 잘 어울리고, 화이트와 로제는 생선이나 샐러드류에 적합하다. 식사의 종류나 마실 장소, 분위기에 따라 색부터 정하면 훨씬 간단해진다.
그다음은 예산이다. 프랑스 와인은 고급 제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중적인 중저가 와인도 맛이 훌륭한 경우가 많다. 현지 마트에서도 10유로 전후에 퀄리티 좋은 제품을 찾을 수 있다. 단순하고 깔끔한 맛을 원한다면 오히려 이 가격대가 입문용으로 제격이다.
라벨에 붙은 메달 스티커도 좋은 기준이 된다. 이는 각종 와인 콘테스트에서 수상한 제품이라는 표시로, 전문가들의 평가를 거친 만큼 기본적인 품질은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잘 모르겠다면, 이 메달 표시가 있는 와인을 선택해보자.
전문가 조언 받을 수 있는 곳 찾기
현지 대형 마트에서도 와인을 살 수 있지만, 직원이 와인에 대해 설명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와인 전문 샵에서는 취향에 따라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고, 설명도 상세하게 들을 수 있어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 파리나 보르도 등 대도시에는 ‘르흐패흐 드 바쿠스’나 ‘니콜라스’ 같은 프랜차이즈 와인숍이 여행자에게 유용하다.
만약 와인에 대한 취향을 설명하고 싶다면 5가지 요소만 정리해두자. 단맛, 신맛, 떫은맛(타닌), 무게감, 예산 이 다섯 가지다. “단맛 없고 묵직한 와인”처럼 간단히 정리된 취향 정보만 있어도 매장에서 정확한 추천을 받을 수 있다. 불어가 어려우면 번역 앱으로 문장을 미리 준비해 보여주면 된다.
사진으로 말하세요, 기억보다 정확합니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사진이다. 예전에 마셔봤던 와인 중 기억에 남는 병의 사진이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가이드가 될 수 있다. 매장에서 해당 이미지를 보여주면, 비슷한 품종이나 맛을 가진 제품을 빠르게 추천받을 수 있다. 특히 초보자일수록 기억에 의존하기보다 구체적인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프랑스에서의 와인은 단지 음료가 아닌 문화 그 자체다. 함께 마시는 사람, 음식을 곁들이는 방식, 와인을 고르는 태도까지 모두 경험의 일부다. 겉으로는 어렵고 복잡해 보여도, 몇 가지 핵심만 기억하면 누구나 멋진 와인을 고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