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 와도 걷고 싶은 제주 숲속 감성 오름길

by 다닥다닥

장마철엔 여행을 망설이게 되지만, 비 오는 날에 더 빛나는 자연도 있다. 제주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사려니숲길’은 오히려 비 오는 계절에 가장 걷기 좋은 숲길로, 도시의 답답함을 잊게 해주는 힐링 명소다.

213_764_4849.png 사려니숲길 - 제주시 블로그

사려니숲길은 제주시의 비자림로와 남조로를 잇는 녹색 회랑처럼 뻗어 있으며, 삼나무 숲을 따라 물찻오름과 사려니오름 등 제주 특유의 오름지대를 잇는 코스로 구성돼 있다. ‘사려니’는 신성한 숲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그 이름처럼 숲길을 걷는 순간 고요한 평온함이 감돌기 시작한다.


이 숲에는 삼나무뿐 아니라 졸참나무, 편백, 때죽나무, 서어나무까지 다양한 수목이 자생하며, 팔색조·제주족제비 등 희귀 야생 동물도 서식한다. 이 생태적 가치는 제주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213_765_4917.png 사려니숲길 - 비짓제주

촉촉한 공기 속에서 걷는 ‘제주의 에어컨’

여름철 사려니숲길은 수직으로 솟은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숲 전체가 거대한 자연 에어컨처럼 작동한다. 장마철엔 나뭇잎 사이로 떨어진 빗방울이 공기 중에 피톤치드를 흩뿌리며, 걷는 내내 코끝을 자극하는 숲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숲에서 단 15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수치가 눈에 띄게 낮아진다고 한다. 실내에서 보내는 장마철이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이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지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사려니숲길의 대표적인 매력은 붉은 화산송이 길이다. 독특한 붉은 빛을 띤 이 길은 화산섬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자연의 생동감을 발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붉은오름 입구부터 시작되는 코스는 사진 촬영을 즐기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213_766_500.png 사려니숲길 - 비짓제주

코스별 난이도 선택 가능, 누구나 걷기 쉬운 길

탐방은 자가용은 물론 대중교통으로도 가능하다. 붉은오름 출발 코스는 비교적 경사가 완만해 노약자나 유모차 동반 가족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며, 체력에 자신 있는 이들은 조릿대숲과 물찻오름까지 이어지는 비자림로 방향 코스를 추천한다.


전체 코스는 시간과 체력에 따라 약 2시간에서 3시간 반까지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어, 짧은 일정에도 충분히 계획할 수 있다.

213_767_5115.png 사려니숲길 - 비짓제주

자연 속 에티켓, 그리고 준비물도 꼼꼼히

쾌적한 산책을 위해 기능성 의류와 미끄럼 방지 신발은 필수다. 방수 재킷, 모자, 벌레 기피제, 선크림도 챙기면 좋다. 음식물 반입은 금지되어 있으며, 쓰레기는 반드시 분리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또한 사려니숲길 일부 구간은 자연휴식년제로 인해 비정기적으로 출입이 제한되기도 한다. 방문 전에는 제주도 공식 관광 정보 사이트에서 운영 상황과 날씨 예보를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비 오는 날조차 걷고 싶은 사려니숲길. 숲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와 비 소리, 촉촉한 흙 내음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몸도 마음도 가볍게 정화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