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타고 한 바퀴면 충분한 여정
전북 진안군. 가을빛에 물든 용담호를 따라 펼쳐지는 드라이브 코스가 최근 ‘해외 안 부러운 국내 호수 뷰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굽이치는 도로 옆으로는 푸른 호수와 숲이 함께 어우러져, 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 지역을 감싸듯 이어지는 64.6km의 호반 일주도로는 진안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용담호는 대형 인공호수로서 규모와 경관 모두에서 인상적이며, 사계절 중에서도 가을에 가장 빛을 발한다.
용담댐은 1990년대 후반 준공된 다목적 댐으로, 소양·충주·안동·대청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높이 70m, 길이 498m에 달하며, 금강 상류 물을 완주 고산면 일대까지 유역 변경해 전북 지역 약 150만 명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댐 건설 당시 진안군 6개 읍·면이 수몰되는 아픔도 있었지만, 지금은 웅장한 인공호수와 그 주변의 경관이 어우러져 진안을 대표하는 드라이브 명소로 변모했다. 실제로 이 일대를 돌며 만나는 전망대들과 포인트마다 색다른 풍경이 펼쳐져 단조롭지 않은 매력을 준다.
드라이브는 진안읍 운산리에서 출발해 30번 국도, 13번 국도, 795번 지방도로를 타고 상전·안천·용담·정천을 차례로 경유하며, 여러 명소를 순차적으로 만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명소는 ‘용담호 자연생태습지원’이다. 2009년 용담호 수질 보호와 생태 체험을 목적으로 조성된 이 공간은 가을이면 코스모스와 칸나꽃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조용하고 정돈된 분위기 속에서 잠시 머무르기에도 좋은 곳이다.
이어 등장하는 ‘상전 망향의 광장’은 용담댐 공사로 인해 실향한 주민들을 위로하고자 조성된 장소다.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 위에 있어, 드넓은 수면 위로 번지는 햇빛과 바람이 특별한 위안을 선사한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용담댐 기념광장’과 ‘망향의 동산’이 이어진다. 망향의 동산은 특히 양쪽으로 펼쳐진 수면이 인상적이며, 마치 용담호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시각적 개방감을 제공한다.
운전만 하다 보면 속이 허전해질 법도 하다. 이 드라이브 코스 중간중간에는 민물매운탕 전문점이 즐비하다. 진안에서 어업허가를 받은 주민들이 직접 잡은 동자개, 모래무지, 피라미 등으로 만든 매운탕과 어죽은 이 지역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푸짐한 국물과 쫀득한 생선살이 여행의 피로를 풀어준다.
용담호 일대는 마이산과 운일암·반일암 계곡 등 다른 관광지와도 인접해 있어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코스로도 좋다. 마이산은 병풍처럼 둘러선 기암절벽과 탑사로 유명하며, 가을이면 단풍이 어우러진 절경으로 사진 애호가들의 발길을 이끈다.
반면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했던 운일암·반일암 계곡은, 가을이 되면 훨씬 한적하고 고즈넉한 산책 코스로 변모한다.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아 차분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여행자에게 특히 잘 어울린다.
굳이 해외를 나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 진안 용담호 드라이브 코스는 탁 트인 호수뷰, 편안한 길, 그리고 진한 자연의 기운까지 모두 품고 있다. 방향만 잘 잡으면 어디에서 출발하든, 호수를 끼고 도는 이 순환 여정은 누구에게나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