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세대가 진짜 좋아해
충남 보령시 남포면. 남포방조제를 건너 도착하는 작은 섬 ‘죽도’가 최근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조용한 인기를 끌고 있다. 번잡하지 않은 풍경, 깊은 여운을 남기는 석양,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산책로까지. 죽도는 정원이라는 틀 안에 이 모든 요소를 자연스럽게 담아낸 특별한 공간이다.
죽도의 중심에는 ‘상화원’이라는 정원형 테마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상화원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철학으로 내세우며 조성된 곳으로, 섬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꾸며낸 이색적인 여행지다. 소나무 숲과 한옥, 연못과 정자들이 조용한 산책길을 따라 흩어져 있어 마치 고요한 문화정원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2020년대 중반 이후 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본격적인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입장료는 일반 7,000원이며, 할인 대상은 5,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매주 화요일은 휴무이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죽도 상화원의 가장 큰 특징은 ‘회랑 산책길’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지붕 있는 회랑’으로 불리는 이 길은 총 2km 길이로, 비나 햇볕에 구애받지 않고 사계절 내내 걷기에 최적화돼 있다. 회랑을 따라가다 보면 탁 트인 바다 전망대, 정원 속 연못, 석조 조형물 등이 순차적으로 등장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죽도의 또 다른 명소는 ‘석양정원’이다. 이곳은 일몰 시간대가 되면 하늘과 바다가 동시에 붉게 물들며 장관을 이룬다. 정원 곳곳에 설치된 108개의 나무 벤치는 방문객들이 오래도록 앉아 석양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그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를 닮아, 사진보다도 눈으로 담는 것이 더 아름답다.
죽도는 ‘대섬’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대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던 자연 섬이었다. 지금도 섬 일대에는 대숲이 잘 보존돼 있으며, 남포방조제를 통해 차량으로도 진입이 가능해 접근성도 우수하다. 섬 주변 죽도항에는 다양한 해산물 식당이 밀집해 있어 산책 후 식사를 즐기기에 좋다.
또한 죽도 인근에는 조선시대 유적인 ‘의곡당’이 남아 있어, 정원 속 자연과 더불어 역사와 문화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자연과 인문이 균형 있게 공존하는 구조는 여느 정원 관광지와는 다른 깊이를 제공한다.
죽도는 보령해수욕장 관광특구 안에 포함돼 있어, 대천해수욕장이나 무창포해수욕장을 방문하는 일정과 연계하기에도 용이하다. 여름이면 보령머드축제, 무창포의 ‘신비의 바닷길’ 체험도 함께 즐길 수 있어, 하루 여행 코스로도 부족하지 않다.
죽도 상화원이 특히 405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조용한 여유’에 있다. 화려한 액티비티 대신 걷고, 생각하고,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이 마음을 치유해준다. 실제 방문객들 사이에서도 “소란하지 않아 좋았다”, “말없이도 함께한 느낌이 깊이 남았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관광 인프라는 아직 완벽하진 않다. 진입로가 약간 구불구불하고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지나친 상업화로부터 자유로운 이 공간의 장점이기도 하다. 보령시는 이에 대한 개선 방안도 꾸준히 검토 중이다.
혼자만의 사색, 부모님과의 여유로운 여행, 혹은 조용한 동행이 필요한 순간. 죽도 상화원은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정원 속 섬으로, 네 가지 키워드 ‘숲, 정자, 바다, 석양’을 모두 갖춘 특별한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