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무르익어가는 8월, 경주의 숨은 자연 명소가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경주 황성공원. 수백 년 된 고목과 소나무 숲, 그리고 여름 한철에만 만날 수 있는 보랏빛 맥문동 꽃길이 펼쳐지는 이곳은, 최근 4050세대 중심으로 조용한 힐링 여행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경주의 중심에 위치한 황성공원은 도심 속에서도 싱그러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대형 녹지 공간이다. 과거 신라시대 화랑들의 훈련지로도 알려진 이곳은 축구장 120개 규모에 달하는 드넓은 부지 위로 천 그루가 넘는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숲의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특히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 소나무 숲길을 따라 보랏빛 맥문동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강한 햇빛을 받은 낮보다 해질 무렵이 되면 꽃잎의 색감이 더욱 깊어지며, 산책길을 따라 걸을수록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해진다. 도심 속에서 만나는 이 짙은 보랏빛 꽃길은 보기 드문 여름철 감성 포토존으로도 손색이 없다.
낮엔 꽃길, 밤엔 빛 정원…여름 하루가 꽉 찬다
황성공원은 맥문동 외에도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여름 피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7~8월 동안 무료 물놀이장이 운영되며, 바닥분수와 미끄럼틀, 워터 놀이터가 마련돼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무더위를 식히기에 제격이다. 인근에 문화유적지를 둘러본 뒤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은 위치다.
해가 지면 황성공원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LED 꽃 수만 송이로 조성된 ‘빛누리정원’이 불을 밝히며 몽환적인 야경을 선사한다. 보랏빛 맥문동이 감성적인 낮의 풍경을 책임진다면, 화려한 조명이 그려내는 밤의 공원은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특별함을 안겨준다.
공원 한가운데 우뚝 솟은 김유신 장군의 기마상도 주목할 만하다. 이곳은 경주의 역사적 상징성과 함께 방문객들이 꼭 찾는 포토 명소로, 주변의 느티나무와 떡갈나무 등이 계절별로 다른 색감을 연출해 사계절 내내 다른 분위기를 제공한다.
황성공원은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여름의 맥문동뿐 아니라 가을이면 단풍과 억새가 어우러져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내고, 이때는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촬영지로 꼽힌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신라문화제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10월 초 개최되는 이 축제는 전통문화와 현대 감각이 어우러진 퍼포먼스, 체험 행사가 풍성하게 마련돼 황성공원을 다시금 활기찬 공간으로 바꿔놓는다.
한적한 자연, 문화적 깊이,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위한 편의시설이 어우러진 황성공원은 여름철 붐비는 관광지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여유 있는 하루'를 선물하는 곳이다. 부모님과의 조용한 산책, 아이와의 시원한 물놀이, 친구와의 감성 사진까지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