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객이 급증하면서 공항, 호텔, 카페 등에서 제공되는 무료 USB 충전 포트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여행지 도착 전후나 대기 중, 배터리를 보충하려는 무심한 습관이 오히려 치명적인 보안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025년 7월 현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미국 교통안전청(TSA), 연방수사국(FBI)은 공용 충전 포트를 악용한 신종 사이버 범죄 ‘주스 재킹(Juice Jacking)’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이 방식은 USB 포트에 미리 악성코드를 심어놓고,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순간 데이터를 몰래 빼내는 수법이다.
피해는 단순한 파일 노출에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동안 사진, 연락처, 이메일은 물론이고, 로그인 정보나 금융 앱의 민감한 계정 데이터까지 유출될 수 있는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전원 공급과 함께 데이터 전송 기능이 작동하면서 내부 정보가 자동으로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해커들이 단순한 정보 수집을 넘어서 스마트폰을 잠그고 금전을 요구하는 ‘랜섬웨어’ 방식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기기를 되살리기 어려운 상태에 놓이는 사례도 있는 만큼, 공공 포트에 무심코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행위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무료 와이파이도 위험... “접속 자체가 해킹 통로”
공공장소에서 흔히 접속하는 무료 와이파이 역시 큰 위협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항, 호텔, 지하철역, 카페 등에서 비밀번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망은 대부분 암호화가 되어 있지 않아, 네트워크 내의 모든 데이터가 도청되거나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보안업체 노턴(Norton)은 “암호화되지 않은 공공 와이파이는 해커들이 데이터를 탈취하기 위한 최적의 공간”이라며, 로그인 기록, 신용카드 정보, 이메일 내역 등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여행 중 결제나 예약 등을 스마트폰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러한 취약점은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공항에서 티켓을 확인하거나 호텔에서 와이파이를 통해 이메일을 열람하는 순간, 민감한 정보가 해커의 손에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공공 USB 대신 개인 충전기 사용해야”
이에 대해 각국 보안 기관은 구체적인 예방책을 제시하고 있다. TSA는 공식 SNS를 통해 “공항에서는 절대 공용 USB 포트를 사용하지 말고, 개인 충전기나 보조배터리를 활용하라”고 강조했다. FBI 역시 덴버 지부의 발표를 통해 “일반 벽면 콘센트는 비교적 안전하므로, 직접 USB 포트에 연결하는 대신 콘센트에 충전기를 꽂아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KISA도 스마트폰을 안전하게 충전하기 위한 기본 수칙을 안내했다. △운영체제를 항상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고 △전용 충전 케이블이나 정품 어댑터만 사용할 것 △보조배터리를 휴대하며 △공공 와이파이 중에도 암호화된 네트워크만 접속할 것 등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부득이하게 공용 충전 포트를 사용할 경우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놓은 상태에서 연결하는 것이 임시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 송수신 기능도 멈추기 때문에 해킹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행 전 준비가 개인정보를 지킨다
해외여행을 앞두고 있는 이들이라면 스마트폰 충전 계획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짐을 꾸릴 때 보조배터리와 전용 케이블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예상치 못한 보안 사고를 피할 수 있다. 특히 장거리 비행이나 환승 일정이 있는 경우, 배터리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
이와 같은 사이버 공격은 피해를 입은 뒤엔 복구가 쉽지 않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핵심이다. 여행지에서 잠깐의 편의를 위해 공용 포트를 사용하는 순간, 스마트폰 속 개인정보는 손 쓸 새 없이 유출될 수 있다. 여행의 즐거움을 망치지 않기 위해선 충전 습관부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