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안 가도 돼요
멀리 비행기를 타고 제주까지 가지 않아도, 내륙 한복판에서 오롯이 자연을 걷는 깊은 여정이 가능하다. 중장년층 사이에서 최근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원주굽이길’은 서울에서 불과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 안에 위치해 있다.
강원도 원주시를 한 바퀴 감싸듯 이어진 이 길은 도심 속 휴식을 넘어, 사람과 자연,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적인 걷기 체험의 공간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4050세대에게는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힐링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원주굽이길은 무실동에서 시작해 신림면 황둔까지 이어지는 원형 도보 코스다. 처음 2017년에는 16개 코스, 245km 규모로 출발했으며, 이후 매년 확장을 거듭해 2020년에는 총 30개 코스, 연장 400km라는 대규모 길로 완성되었다.
“사람과 자연이 만나는 천리 도보여행”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이 길은 단순히 예쁜 풍경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흙길, 숲길, 물길, 마을길 등 자연과 가장 가까운 루트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차량 도로는 철저히 배제되어 진짜 ‘걷는 즐거움’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었다.
도보길을 따라 걸으면 무심코 스치는 들꽃, 오래된 돌담, 맑은 계곡물까지도 원주의 깊은 역사와 사람의 흔적을 담고 있다. 원주는 조선시대 500년 동안 강원도의 중심이었던 북원(北原)으로서, 도보 중 다수의 문화재와 유적지를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다.
자연 속 이야기가 깃든 ‘살아있는 코스들’
각 코스마다 지역의 스토리와 특색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도 원주굽이길만의 매력이다. 걷는 즐거움을 높이기 위해 코스별 안내 표지판과 인증용 스탬프대, 전용 패스포트까지 마련되어 있으며, 스마트폰 앱 ‘산길샘 나들이’를 이용하면 GPS 기반 길안내도 가능하다.
기존의 해안 중심 트레킹 코스들, 예컨대 제주 올레길이나 부산 갈맷길, 해파랑길이 감성적인 해변 풍광을 전한다면, 원주굽이길은 사계절 뚜렷한 내륙 산세의 아름다움과 때로는 거칠지만 묵직한 위로를 주는 숲의 울림이 강한 “남성적인 길”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이와 동시에 숲과 계곡이 주는 생태적 고요함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탁월해, 자연 속에서 삶을 되짚고 싶은 중장년층에게는 이상적인 도보 명소로 자리잡았다.
걷기 전 준비사항, 이것만은 꼭 챙기자
장거리 도보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준비물이다. 계절에 맞는 기능성 의류와 가벼운 우의, 여벌 옷, 걷기용 배낭과 트레킹화는 필수다. 특히 새 신발보다는 길들여진 신발을 사용하는 것이 장거리에서 피로도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
수분 섭취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이 필요하며, 무더운 날씨에는 더 많은 양을 준비해야 한다. 중간에 물을 구입하기 어려운 코스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코스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숙박은 야영이 금지된 만큼, 원주시내 또는 인근 마을의 숙소를 미리 예약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친환경 세면도구 사용, 쓰레기 되가져오기 등 기본적인 도보 여행 매너도 꼭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