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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뼛속까지 시원한 이 계곡

by 다닥다닥

7월 초, 경남 밀양은 38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달아올랐다. 불쾌지수는 치솟고 밤까지 이어지는 열대야에 일상은 지친 기운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 뜨거운 밀양 한복판에서 오히려 얼음이 생긴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장소가 있다.

286_1046_5535.png 얼음골 계곡 - 밀양시 블로그

경남 밀양 재약산 자락에 위치한 ‘얼음골’은 무더위를 비껴간 청량의 땅이다. 해발 약 600~750m에 자리한 이 고지대 계곡은 매년 3월부터 얼음이 얼기 시작해, 7월 한복판에도 그 상태를 유지한다.


실제로 이곳은 ‘한여름에도 얼음이 언다’는 전설 아닌 전설의 주인공이다. 특이하게도 겨울철에는 따뜻한 공기가 솟아올라 바위틈에서 김이 피어나고, 오히려 얼음이 얼지 않는다. 반면 여름에는 차가운 냉기가 바위 사이에서 뿜어져 나와 계곡을 천연 냉장고로 만든다.


여름철 이 지역 바위 틈의 평균 기온은 0.2도, 계곡물 온도는 4~8도를 유지한다. 발만 담가도 금세 몸이 저릴 정도의 시원함에 많은 이들이 찾고 있으며, 주변의 병풍처럼 둘러싼 기암괴석과 청량한 공기까지 어우러져 도심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286_1047_5616.png 얼음골 계곡 - 밀양시 블로그

신비로운 바위 계곡 ‘호박소’와 이무기 전설

얼음골 인근의 또 다른 명소, 시례마을의 ‘호박소’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오랜 시간 물줄기가 화강암을 파내 거대한 절구 모양의 웅덩이를 만든 천연 수영장 같은 장소다. 물은 맑고 깊으며, 햇살이 들면 투명하게 빛나 마치 수정처럼 반짝인다.


‘구연’, ‘호박소’로 불리는 이곳은 조선 시대 문헌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된 자연유산이다. 바닥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이무기가 살았다는 전설까지 더해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족 단위 피서객은 물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숲 속 산책로와 자연 그늘, 물소리까지 더해져 단순한 계곡 이상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더위를 피하면서도 자연과 함께하는 여유를 선사한다.

286_1048_578.png 얼음골 계곡 - 밀양시

또 하나의 피서지, 경북 청송 ‘얼음골’

한편, 여름 얼음으로 유명한 곳은 경남만이 아니다. 경북 청송군 내룡리에 위치한 청송 얼음골 역시 여름 피서지로 손꼽힌다. 독특하게도 이곳은 무더운 날일수록 바위 속에서 얼음이 생기고, 비가 오거나 기온이 떨어지면 오히려 얼음이 녹는 신기한 현상이 발생한다.


바위 틈 사이로 불어오는 찬바람과 약수는 마치 냉장고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며, 인근 계곡물 또한 뼛속까지 시원함을 선사한다.


청송 얼음골은 겨울이 되면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매년 세계적인 아이스 클라이밍 대회가 개최되어 빙벽을 오르는 모험가들의 무대가 되며, 사계절 내내 이색 체험이 가능한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286_1049_5746.png 얼음골 계곡 - 밀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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