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때 꼭 가보세요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에 자리한 ‘요선암’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신선을 맞이한다는 뜻이 담긴 이름처럼, 이 바위는 시대와 종교, 인물의 흔적을 오롯이 품고 있다. 치악산에서 흘러든 물줄기가 정자 앞을 스치듯 흐르고, 그 위에 바위 하나가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요선암은 ‘요선정’이라는 정자 앞, 계곡을 내려다보는 반석 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자연경관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통일신라와 조선시대의 역사적 흔적이 중첩된 복합문화지형이라 평가된다.
물줄기 아래 펼쳐진 넓은 바위 군락은 여름철 수려한 계곡미를 선사하며, 유속에 씻긴 강바닥의 암반은 오래된 시간의 흐름을 상기시킨다.
요선암 주변은 불교 전성기인 통일신라시대 고승들과 깊은 인연이 있다. 철감국사 도윤과 징효대사는 이 인근 사자산 기슭에 ‘흥령선원’을 열었고, 포교의 일환으로 종종 이곳 정자 주변을 찾았다고 한다. 이 일대가 단순한 풍류지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배경이다.
“천 사리가 나왔다”는 전설의 흔적은 사실일까
징효대사가 이곳에서 입적하며 1천 개의 사리가 나왔다는 설화도 있다. 이는 불교적 신성성과 수행자의 위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전언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자 주변에는 마애여래좌상과 1기의 석탑이 남아, 당대 불교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문화재 지정은 안 되었지만 지역민과 탐방객들 사이에서는 조용히 회자되는 장소다.
요선암 각자는 조선시대 평창군수를 지낸 시인이자 서예가 양봉래가 새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신선을 맞는다”는 뜻의 ‘요선’(邀僊 또는 邀仙)을 직접 바위에 새기며, 당대 풍류인으로서의 감흥을 기록으로 남겼다. 단순한 표식이 아닌, 그 시대 자연관과 미의식이 투영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한자 ‘邀仙’ 또는 ‘邀僊’은 단지 아름다움을 찬탄한 표현이 아니다. 이는 인간이 자연 속에서 신성한 존재와 만남을 추구하던 고전적 정신세계를 드러낸다. 이러한 명칭은 이 공간이 과거 유학자와 문인, 수행자들의 사유 공간이자 상징적 장소였음을 암시한다.
아름다움만으로는 방문을 결정짓기 어렵다. 요선암은 아직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고, 지역 관광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있다. 안내판, 해설 인력, 역사적 맥락을 알려주는 콘텐츠 부족은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이는 영월 관광의 전반적인 보완 과제와도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