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깨끗해서 맨발 걷기 가능
한여름, 태양이 내리쬐는 백사장을 맨발로 걷는 경험은 상상 이상으로 특별하다.
미지근하게 데워진 모래가 발바닥을 감싸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땀을 식혀주는 그 순간은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과의 교감이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이런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해변의 청결도와 보행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경상북도 울진군이 조용히 주목받고 있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청정 해안 도시 울진은 121km에 달하는 동해 해안선을 따라 깨끗한 모래사장과 맑은 공기를 자랑한다. 특히 '맨발 걷기'에 최적화된 해변 환경 덕분에 최근에는 ‘웰니스 관광지’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 중이다.
울진군은 이 같은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단순한 해수욕을 넘어선 ‘어싱(Earthing)’ 관광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땅과 피부가 직접 닿아 몸의 전자적 균형을 맞춘다는 개념으로, 해안선과 해송 숲, 기암괴석 등을 연결해 신체·정신 치유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울진에서 가장 대표적인 맨발 코스로 꼽히는 곳은 월송정 일대다. 관동팔경 중 하나로도 알려진 이곳은 최근 천연 흙길로 새롭게 정비돼 걷기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세족장, 운동기구, CCTV, 야간 조명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노을이 지는 저녁 무렵, 바닷가를 따라 해송 숲 사이로 조성된 맨발 길은 감성을 자극하는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지면 반딧불처럼 은은한 불빛이 길을 밝혀 걷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일상의 피로를 조용히 녹여주는 울진만의 매력이다.
또 하나의 주요 코스는 후포해수욕장에서 시작된다. 후포 4리에서 6리까지 이어지는 약 2.6km의 코스는 바다와 마을, 숲길을 잇는 걷기 여행의 정석이다. 세족장, 신발 보관장, 종합 안내판까지 어싱에 최적화된 구조로 설계돼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후포 코스는 해 질 무렵 더욱 빛을 발한다. 스카이워크와 등기산 공원의 야경이 이어지고, 해안선 주변에 설치된 형형색색의 조명이 물결처럼 번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치 해외 휴양지 같다”는 방문객들의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울진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후포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울진해양치유센터, 구산해수욕장 오토캠핑장, 평해사구습지를 연계한 복합 치유 관광 코스를 구축 중이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천천히 걸으며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울진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남다른 자연환경 외에도 관리의 정밀함이 있다. 해수욕장 청결도는 물론, 공기질까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군 차원의 지속적인 점검과 정비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짧은 체류형 여행에서 벗어나, 힐링과 회복을 중심에 둔 관광 콘텐츠를 접목한 울진의 시도는 국내 관광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