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수많은 섬들 중에서도 유독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기는 곳, 전라남도 완도는 ‘머무는 여행’이 어울리는 섬이다. 한눈에 담기보다는 천천히 음미할수록 그 진가가 드러난다.
완도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섬과 섬을 잇는 해안도로와 배편은 여행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한다. 그중에서도 청산도는 완도의 얼굴이자, 고요하고 정갈한 분위기로 가장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끌어모은다.
걷기 위해 떠나는 섬, 청산도 슬로길
청산도는 ‘슬로시티’라는 이름처럼, 느린 걸음이 어울리는 섬이다. 해안을 따라 조성된 슬로길은 총 42.2km에 달한다. 계절 따라 유채, 구절초, 억새가 풍경을 바꾸며 걷는 재미를 더한다. 드라마 '봄의 왈츠', 영화 '서편제'의 배경이 되었던 이유도 이 섬 특유의 정서 덕분이다.
장보고의 바다, 역사를 품은 완도
완도는 자연뿐 아니라 역사적 배경도 흥미롭다. 통일신라 시대 동아시아 해상무역을 이끌었던 장보고가 청해진을 세운 곳이기도 하다. 청해포구촬영장과 유적지를 둘러보면 당시의 항구도시가 어떻게 번성했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단순한 전시가 아닌, 공간 속에서 시대를 느낄 수 있는 구성이다.
남해에서 만나는 이국적 숲, 완도수목원
군외면에 위치한 완도수목원은 국내 유일의 난대수목원이다. 온난한 기후 덕에 후박나무, 동백, 황칠나무 등 따뜻한 지역의 식물이 자생한다. 30여 개 테마로 구성된 정원과 숲속 산책로는 생태교육의 공간으로도 잘 갖춰져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바다와 숲이 한눈에 펼쳐진다.
전복 한 마리 통째로? 완도만의 디저트
완도에서 최근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전복빵이다. 군내길의 카페 ‘달스윗’에서 판매하는 이 디저트는 단맛 속에 바다의 깊은 풍미를 담았다. 완도의 청정 해역에서 자란 전복을 활용해 식감과 맛 모두 특별한 이색 메뉴로, 지역의 색을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식 중 하나다.
완도를 한눈에, 완도타워에서의 노을
완도 시가지 중심에 있는 완도타워에 오르면 복잡하게 얽힌 다도해와 바다의 경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특히 해 질 녘, 붉게 물든 노을이 수면 위로 번지는 장면은 완도 여행의 클라이맥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 산책로도 잘 조성돼 있어 여유로운 산책지로 손꼽힌다.
완도는 빠르게 소비되는 여행이 아닌, 천천히 음미할수록 매력을 더하는 곳이다. 파도 소리, 섬 주민의 일상, 자연의 질감까지 모두 여행의 일부가 된다. 속도를 늦추고 싶다면, 완도는 지금 가장 적절한 목적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