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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실화야? 합성 의심 부르는 '핑크 호수' 어디?

자연이 만든 컬러 팔레트, 호주 핑크 호수 일곱 곳 탐색기

by 다닥다닥

지난 5일 방영된 ENA '지구마불 세계여행3'에서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호주로 떠나는 장면이 전파를 타며, 호주 여행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호주에서 유명한 맥도넬 사진을 처음으로 접했을 당시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어째서 호수가, 그것도 자연 그대로의 호수가 이렇게 선명한 분홍색일 수 있지?


더 놀라운 건, 그 옆으로는 파란 바다가 평온하게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누군가 컬러링북을 펼쳐놓고 과감하게 분홍색과 파란색을 나란히 칠해놓은 듯한 풍경.


이건 분명, 그냥 ‘예쁘다’로는 표현이 부족한 장면이었다.

imageHighlightsSrc.adapt.740.medium.jpg 힐리어 호수 - 호주 관광청

핑크 호수라는 단어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많을 거다.

실제로 그 존재를 의심하는 이들도 있고, 포토샵 아니냐는 반응도 종종 들린다.


하지만 이 호수들은 진짜다.

호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자연이 직접 빚어낸 컬러풀한 신비다.

파스텔 핑크에서 무지개까지, 에스페란스의 감각적 스펙트럼

서호주의 해안 도시 에스페란스(Esperance)에서 조금 떨어진 곳.

이곳에는 상상 이상의 색채를 머금은 호수들이 줄지어 있다.

2.png 레인보우 호수 - 호주 관광청

어떤 건 은은한 핑크색, 또 어떤 건 주황빛이 감도는 붉은색, 그리고 분위기 짙은 자줏빛까지.

이 모든 색이 함께 펼쳐진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다.


6월부터 1월까지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어느 계절에 가더라도 이 비현실적인 장면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플라이 에스페란스(Fly Esperance)’의 관광 비행으로 이 호수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다.


순백의 해변과 대비되는 무지갯빛 호수들이 어우러져, 눈앞에 하나의 거대한 추상화를 펼쳐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시간과 구름이 만들어내는 색의 마술, 헛 라군

퍼스에서 차로 6시간쯤 달리면 닿는 코럴 코스트의 헛 라군(Hutt Lagoon).

3.png 헛 라군 - 호주 관광청

이름만 들으면 뭔가 특별한지 감이 오지 않지만, 실제로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붉은색에서 보라색까지, 보는 순간 색의 폭탄을 맞은 듯한 감각이 일어난다.


빛의 각도, 하늘의 구름, 방문 시간에 따라 색이 달라지기 때문에 두 번 가도 같은 색을 보기 힘들다.

특히 해 질 무렵의 호수는 마치 태양이 호수 안에 들어와 스스로 물들인 듯한 착각을 준다.


이 호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색'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장소다.

소금밭에서 살아나는 생명, 카티 난다-에어 호

남호주의 사막 한가운데, 평소에는 소금밭처럼 하얗게 빛나기만 하는 에어 호(Lake Eyre).

그러나 몇 년에 한 번, 이곳에 비가 오면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린다.

4.png 에어 호 - 호주 관광청

사막에서 물이 흐르고, 핑크와 주황빛 물결이 일며, 수많은 새들이 몰려든다.

잠들어 있던 풍경이 생명으로 깨어나는 그 순간은 가히 초현실적이다.


아웃백의 광활한 대지 한가운데에서 펼쳐지는 이 장면은 ‘지구 위의 또 다른 행성’이라고 불릴 만큼 독특하다.

만약 ‘다시 오기 힘든 순간’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이 정답이다.

도심 가까이에서 만나는 분홍빛, 붐붕가 호수

애들레이드에서 2시간도 안 되는 거리.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핑크 호수 중 하나인 붐붕가 호수(Lake Bumbunga)는 사진작가들의 단골 촬영지로 유명하다.

5.png 붐붕가 호수 - 호주 관광청

염분 농도에 따라 분홍색부터 흰색까지 자연스레 물드는 호수는, 말 그대로 ‘색이 흐르는 호수’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인근 클레어 밸리로 이동해 리즐링 한 잔으로 여정을 마무리하면 하루가 완벽하게 채워진다.

아름다운 호수에, 향긋한 와인 한 잔. 이보다 더 ‘호주스러운 하루’가 있을까?

핑크와 바다의 경계, 맥도넬 호수

드디어 이야기의 핵심, 맥도넬 호수(Lake MacDonnell).

1.png 맥도넬 호수 - 인스타그램 '10travlr'

호주에서 가장 선명한 핑크색을 띠는 이 호수는 '워터멜론 애비뉴(Watermelon Avenue)'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강렬한 핑크, 다른 쪽은 선명한 푸른색의 바다가 펼쳐진다.


처음 이 길을 달렸을 때, 도로가 마치 핑크색과 파란색으로 양쪽에서 번갈아 나를 감싸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어쩌면 자연이 만든 가장 감각적인 인스타그램 배경이 아닐까?


끝자락의 캑터스 비치(Cactus Beach)까지 도달하면, 강렬했던 색의 향연이 부드럽게 해안선으로 녹아든다.

그 조화는 보는 이의 마음까지 달래주는 묘한 힘이 있다.

밤하늘보다 빛나는 낮의 소금 결정, 하트 호수

남호주 아웃백 한가운데, 하트 호수(Lake Hart)는 그야말로 고요한 우주 한 조각 같다.

6.png 하트 호수 - 호주 관광청

낮에는 햇살을 받은 염분 결정들이 반짝이며 수정처럼 빛나고, 밤에는 별이 소금 위로 쏟아진다.


특히 ‘인디언 퍼시픽(Indian Pacific)’이라는 호주의 대표적인 횡단 열차를 타고 이곳을 지나가면, 열차 창 너머로 꿈속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여행 그 자체가 하나의 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흐린 날 더 빛나는 호수, 머레이‑선셋 국립공원의 핑크 호수

멜버른에서 차로 5시간. 빅토리아의 야생지대에 자리한 머레이-선셋 국립공원에는 눈부신 분홍색 호수들이 흩어져 있다.

7.png 핑크 호수 - 호주 관광청

흥미로운 건, 햇빛이 강한 날보다 흐린 날에 색이 더 선명하다는 점이다.


산책로와 캠핑장이 잘 정비되어 있어, 단순히 ‘보고 지나가는 장소’가 아닌 ‘머물며 천천히 즐기는 핑크 호수’로 추천하고 싶다.

하루쯤 시간을 내 이곳의 조용한 색감과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호주 여행에서 놓치기 아까운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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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며 어떤 풍경이 가장 마음에 남았을까?


자연은 늘,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을 보여준다.

호주의 핑크 호수들은 그중에서도 유난히 독특하고, 유난히 감각적이다.


언젠가 여행 계획을 세운다면, 이 호수들 중 하나쯤은 꼭 넣어보길.

눈으로 보는 순간, 그동안 알던 ‘호수’라는 단어의 정의가 바뀌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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