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너머, 호주에서 만나는 '찐' 해변의 세계
여행 업계에 따르면 다가오는 5월 황금연휴, 짧은 거리보다는 먼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자연히 호주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고.
호주는 대륙 하나가 그대로 나라다. 세계 6위의 넓은 면적에 비해 인구 밀도는 턱없이 낮고, 대부분의 인구가 해안을 따라 퍼져 사는 덕분에 '해변'은 이 나라에서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생활 그 자체다.
그러니 ‘호주 최고의 해변’ 리스트가 있다는 건 그저 여행 가이드북 하나에 적힌 정보가 아니라, 해변 마니아라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진짜 정보라는 얘기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호주’를 여행지로 떠올릴 때, 머릿속에 제일 먼저 스치는 건 코알라나 캥거루 같은 야생동물, 그리고 도시라면 시드니가 전부였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나라 자체가 ‘해변 애호가들의 천국’이라는 사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떠나보자.

1. 비본 베이 비치 (Vivonne Bay Beach)
추천 포인트: 자연의 아름다움과 야생동물
남호주의 캥거루 아일랜드. 이름부터 벌써 ‘야생’의 향기가 솔솔 난다.
이곳에 자리한 비본 베이 비치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자연의 본질을 품은 해변이다.
주변에 번화한 것 하나 없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비본 베이 보호공원 안에 있는 백사장은 마치 새하얀 리본처럼 길게 뻗어 있고, 바다에서는 물개와 돌고래가 장난치듯 유영하고 있다.
바닷물은 투명 그 자체고, 해변 너머로는 끝도 없이 숲이 펼쳐진다.
이곳은 ‘풍경’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자연을 ‘경험’하는 곳이다.
2. 화이트헤븐 비치 (Whitehaven Beach)
추천 포인트: 환상적인 색감과 해양 생태계
퀸즐랜드, 그중에서도 휘트선데이 아일랜드에 위치한 화이트헤븐 비치는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해변이다.
청록색 바닷물과 하얀 모래가 빚어내는 소용돌이는, 드론으로 내려다보면 마치 천상의 마블링 같다.
이 모래는 98%가 규소로 구성되어 있어, 유리처럼 반짝이며 놀라울 정도로 하얗다.
휘트선데이 크루즈를 타거나 해밀턴 아일랜드에 머물면서 이곳을 둘러볼 수 있는데, 땅 위의 천국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3. 벨스 비치 (Bells Beach)
추천 포인트: 세계 서핑의 성지
빅토리아 주,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마주치는 해변.
벨스 비치는 서핑 대회 '립 컬 프로 벨스 비치'로 전 세계 서퍼들이 모이는 장소다.
직접 서핑을 하며 파도에 몸을 던져도 좋지만, 절벽 위 전망대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프로들의 파도타기를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묘미다.
맹렬히 부서지는 파도와, 그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서퍼들의 실루엣.
이건 그냥 해변 그 이상이다.
4. 하이암스 비치 (Hyams Beach)
추천 포인트: 순백의 모래와 돌고래의 출몰
저비스 베이의 하이암스 비치는 ‘세계에서 가장 흰모래’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해변이다.
맨발로 모래를 밟으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곱고 밝다.
이 흰모래 위를 돌고래 무리가 유유히 지나는 순간을 마주하는 건,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힐 정도다.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에 안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딱이다.
5. 와인글라스 베이 (Wineglass Bay)
추천 포인트: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황홀한 곡선
태즈메이니아의 프레이시넷 국립공원 안에 있는 와인글라스 베이는 이름처럼 완벽한 와인잔 곡선을 그린다.
이곳의 진가는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볼 때 비로소 드러난다.
하늘, 숲, 바다, 모래가 층을 이루며 그리는 파노라마.
걸어서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지만, 전망대 위에서의 풍경은 한 장의 수채화 같다.
야생의 고요함과 장엄함이 공존하는, 영화 같은 순간이다.
6. 본다이 비치 (Bondi Beach)
추천 포인트: 도심과 해변의 공존
시드니를 방문했다면 본다이 비치는 빼놓을 수 없다.
서핑 강습부터 아이스버그 수영장, 바다 전망 카페까지.
'휴양'과 '라이프스타일'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호주 해안 문화를 느끼기에 가장 생생한 장소다.
그저 해변에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시드니의 에너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7. 케이블 비치 (Cable Beach)
추천 포인트: 낙타 트레킹과 황홀한 석양
서호주 브룸에 위치한 이 해변은, 해가 질 무렵 진가를 드러낸다.
해 질 녘, 낙타 행렬이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는 풍경은 마치 사막과 바다가 만난 풍경처럼 비현실적이다.
22킬로미터에 이르는 모래사장은 발끝에서 노을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하루의 피로를 녹이는 데 이보다 더 좋은 해변이 또 있을까?
8. 버레이 헤드 (Burleigh Heads)
추천 포인트: 현지인의 일상 속 해변
골드코스트의 ‘현지인 버전’ 해변.
북적이는 서퍼스 파라다이스 옆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하면서도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세련된 도시적 감성과 여유로운 바닷가 풍경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이곳에서는 피크닉도, 산책도, 쇼핑도 즐길 수 있다.
솔내음 가득한 소나무 그늘 아래서 파도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 이게 진짜 ‘해변 라이프’다.
9. 럭키 베이 (Lucky Bay)
추천 포인트: 해변에서 만나는 캥거루
호주에서만 가능한 풍경, 바로 해변에서 일광욕하는 캥거루.
서호주 케이프 르 그랜드 국립공원 안에 있는 럭키 베이는 이름 그대로 ‘럭키한 순간’이 가득하다.
초승달 모양의 해안선과 청록빛 바다, 그리고 여유롭게 늘어져 있는 캥거루들.
동화책 속 장면처럼 낯설고도 따뜻한 풍경이다.
10. 코테슬로 해변 (Cottesloe Beach)
추천 포인트: 퍼스 도심과 연결된 여유로운 바닷가
퍼스에서 차로 20분이면 닿는 코테슬로 해변은, 가까이 있어서 더 좋은 해변이다.
반짝이는 백사장, 해양 스포츠, 예술 전시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매년 열리는 'Sculpture by the Sea'는 바닷가 위에 놓인 예술작품들과 함께 산책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도심 속 여유를 누리고 싶다면 이곳이 정답이다.
해변은 단순히 풍경이 아니다.
그곳에서의 체험, 감정, 향기, 그리고 잠깐의 평온이 더해져 ‘기억’이 된다.
혹시 당신도 올여름, 어디론가 도망치듯 떠나고 싶은 기분이라면 이 리스트를 펼쳐보길 바란다.
호주의 해변은 단지 여행지가 아니라, 삶을 다시 정돈해 주는 ‘쉼표’ 같은 곳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