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비슬산은 꽃으로 말한다
혹시 이런 적 있지 않나.
부모님 모시고 봄나들이 계획은 세웠는데, 딱히 어디를 가야 '좋았다'는 말을 들을지 감이 안 오는 상황.
경치도 좋아야 하고, 걸음도 부담 없어야 하고, 사진도 예쁘게 나와야 하니까.
그런 자리엔 자연스럽게 침묵이 흐른다.
그런데 몇 해 전, 바로 그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줬던 장소가 하나 있다.
대구 달성군의 비슬산군립공원, 그리고 그 안에 펼쳐진 비슬산 참꽃문화제다.
4월, 산이 붉게 피어오른다
비슬산 정상 부근, 해발 1,000m 근처에는 믿기 어려운 풍경이 있다.
약 30만 평, 축구장 140개 크기쯤 되는 넓은 산비탈이 온통 연분홍빛 참꽃으로 물들어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참꽃 군락지는 국내에서도 보기 드물다.
꽃잎이 가득한 능선을 걷다 보면, 산이 아니라 꽃 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마치 수채화 속에 들어온 듯, 붓으로 쓱쓱 그린 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꽃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족끼리 말이 많아진다.
“이런 데를 왜 이제야 왔냐”는 투정 섞인 칭찬부터, “이 꽃이 참꽃이래” 하는 소소한 설명까지.
평소 말수가 적은 아버지도 걸음을 멈추고 연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셨다.
축제는 '꽃'만 보러 가는 게 아니다
4월 12일과 13일, 올해도 ‘제29회 비슬산 참꽃문화제’가 열린다.
매년 4월이면 비슬산은 지역 축제를 넘어, 전국에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몰리는 '봄의 성지'로 변신한다.
올해 축제는 특히 재미 요소가 꽤 많다.
첫날에는 산신제로 시작해 가수 마이진, 김수찬, 요요미, 장하온이 출연하는 개막 공연까지 이어진다.
흥겨운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에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건 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2025인분의 비빔밥 퍼포먼스.
참꽃을 재료로 넣어 만든 봄 한 그릇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하나의 '축제 참여의 상징'이다.
둘째 날에도 다양한 공연과 버스킹, 넌버벌 퍼포먼스 등이 준비돼 있어 축제가 끝날 때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행사장이 넓어진 만큼, 먹거리 부스도 더 다양해졌고, 체험 공간도 여유로워졌다.
부모님 연세가 있어 장시간 걷기가 걱정된다면, 순환버스나 참꽃 군락지 투어버스를 이용하면 훨씬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자연, 역사, 휴식이 모두 담긴 공간
비슬산은 단순히 꽃만 예쁜 산이 아니다. 1986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사계절 내내 풍경이 변주된다.
봄엔 참꽃, 여름엔 안개 계곡, 가을엔 억새와 단풍, 겨울엔 얼음 동산까지.
매 시즌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다채로운 산이다.
또한 유가사, 용연사, 소재사 등 고찰들이 공원 곳곳에 자리해 있어, 산행 도중 차분히 들러볼 수 있다.
고즈넉한 돌계단을 오르며 나누는 짧은 대화와, 절 마당의 차분한 공기가 부모님에게는 더 큰 힐링이 될 수 있다.
자연휴양림도 잘 조성돼 있어 삼림욕 겸 산책을 즐기기에도 적격이다.
사실 부모님을 모시고 어딜 간다는 건 장소만큼이나 그 '과정'이 중요하다.
비슬산은 그런 면에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경치, 접근성, 행사, 그리고 문화까지.
특히 참꽃문화제는 단순한 지역축제를 넘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 봄의 대화 공간이 된다.
+ 함께 즐기면 좋은 꿀팁!
참꽃 군락지 실시간 스트리밍
직접 못 가더라도, 4월 1일부터 달성군 공식 유튜브에서 참꽃 실시간 영상 감상이 가능하다.
부모님께 미리 보여드리고 함께 여행 날짜를 잡아도 좋다.
버스, 주차 정보 꼼꼼히 체크!
행사 기간 중 교통 혼잡이 예상되므로, 대중교통이나 순환버스(유료)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
임시 주차장과 투어버스 정보도 미리 확인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