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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성룡 Jun 17. 2021

당파성과 진영논리

내부비판과 자기 반성이 있는가

여기 이 공간에서도 그렇지만 제법 권위 있는 신문의 칼럼에서도 ‘당파성’이란 말과 ‘진영논리’를 구분하지 않거나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게 그거’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실은 그 둘은 물과 기름만큼 다른 성질이며 섞일 수 없는 것이다.


쉽게 구분하자면 당파성은 가치 중심적이고 진영은 이해 중심적이다.  ‘당파’라는 것은 무엇보다 계급적 이해관계를 염두에 둔 말이지만, 진영은 몰계급적이고 비당파적인 집단의 이익을 우선으로 한다. 당파는 필연적으로 내부비판과 자기 반성을 필요로 하지만 진영은 남탓과 혐오, 내로남불로 점철된다. 내부비판에 대해서는 그것이 아무리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더라도 모두 ‘내부총질’로만 평가되고 결국 비판세력이 ‘축출’된다.


당파는 소집단의 이해보다는 계급적 이해를 중심에 두기에 수평적이고 확장적이지만 진영은 ‘절대자’를 중심으로 수직적인 관계를 만들고 적자 논쟁과 성골 진골간의 쟁투로 끝없이 분열한다.


예를 들어 보자. 자본주의 경제 발전의 바탕인 ‘공정 경쟁’을 위해 분리되었던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어느 정당이 나서서 경계를 흐린다고 치자. 이는 재벌의 금융시장 지배와 독점화를 낳게되고 결과적으로 노동자와 서민대중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게 될 것이 분명하다. 당파적인 사람이라면 그것을 누가 추진하든 상관 없이 격렬하게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사람은 누가 추진하느냐에 따라 입장이 확연히 갈린다. 상대 진영이 추진하면 ‘친재벌 정권’이라 비난하며 격렬하게 저항하지만 자신이 지지한 정부가 추진할 경우 우리 경제의 ‘국제 경쟁력’을 들먹이며 변명거리를 찾는다.


같은 식으로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평가가 그랬고, 미군의 군사적 이익을 위한 사드배치 문제, FTA추진,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와 보유세 감면, 재벌 회장의 사면 문제, 남의 나라 전쟁에 파병하는 문제, 중대기업 처벌법에 물 타기, 심지어 인권 문제와 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

내용이 아니라 그것을 말하고 추진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평가와 판단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도처에서 너무나 많이 보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노동계급의 세분화. 부와 소득 간극이 천차만별로 나뉘고 노노간 이질화와 갈등과 커진 점. SNS 발달로 가상 공간에서 진영정치가 첨예화된 점. 진보적 대중정당 운동의 좌절과 열세. 주식과 코인 투자 등 노동자들의 체제 내화. 팟캐스트와 유튜브 등 언론기능의 약화와 컬트화로 전반적인 반지성주의 강화. 자국 이익 우선주의와 국가주의, 민족주의가 날로 강해지는 세계적인 흐름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이야기가 너무 멀리 가는 듯 하지만,, 여튼 당파성은 옅어지고 진영만 남은 듯한 요즘의 매일 매일이 나는 너무나 불편하고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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