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나온 물건이 너무 싸면 걱정이 앞섭니다
지난 주말 아내와 마트 다녀오는 길에 할인매장보다 훨씬 싸게 수박을 파는 트럭을 만나 한 덩이를 데려왔죠. 마침 그 옆에 옥수수도 보이길래 한 망을 함께 업어 왔는데, 옥수수가 싸도 너무 싸더군요. 도로변에 내놓고 파는 찐 옥수수는 보통 4개 5천 원씩 하는데, 껍질 까지 않은 생옥수수 서른 개 들이 한 망이 8000원 밖에 안 하더라고요.
시장에 나온 물건이 생각보다 너무 싸게 팔리면 횡재라는 생각보단 걱정이 먼저 앞섭니다. 어릴 때 어머니 따라 시장 갔다가, 농산물을 싸게 파는 난전 할머니에게 ‘이리 싸게 팔아서 우짜냐’며 걱정을 주고받는 걸 자주 봤거든요.
농사짓는 사람 눈에는 고구마나 감자 고추가 상품이 되어 시장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품이 들어야 하는지 눈에 선하기 때문에 싸다고 무조건 좋아라 할 수만은 없는 거지요.
그래서 저도 트럭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아이고 이래 싸서 우짜노. 따는 인건비도 안되겄네예”
“인건비가 뭡니꺼. 차 기름값도 안되지. 내거튼 사람이 이리 팔면 농민들은 얼마에 내노컷십니꺼. 참 세상이 큰 일입니더”
본인보다 생산자인 농민들을 더 걱정하던 아저씨는 나라 걱정까지 하더군요.
“이래갖고 울나라 참 큰 일입니더. 없는 사람들은 살 수가 없어예”
둘이 그 자리에 앉아 옥수수 서른 개 껍질을 모두 깠는데, 이런저런 걱정을 주고받으니 순식간이더군요. 껍질 까는 인건비까지 더했으니 옥수수 값은 더 떨어졌네요.
사실은 얼마 전까지 한 망에 만 오천 원은 받았는데, 조금 말라서 절반으로 값을 내렸다네요. 그래봤자 하나에 5백 원이네요. 옥수수 향만 조금 들어간 옥수수맛 하드도 하나에 천 원씩은 하는데.
삶아 보니 아저씨 말대로 옥수수는 조금 딱딱하긴 해도 속은 부드러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먹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가끔씩 마트에서 너무 비싸서 놀라는 과일들도 봅니다. 누가 줘서 맛만 봤지 한 번도 내 돈 주고 사 먹어 보지 않은 샤인머스켓이라는 포도는 당도를 비정상적으로(적어도 내 기준엔) 높이고 씨를 없앴는데, 킬로에 4~5만 원씩 한다더군요.
세상은 참 아이러니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먹을 과일이나 채소류는 인건비도 안 되는 가격에 내놔도 안 팔려 난린데, 돈 깨나 있는 사람들이 찾는 과일은 없어서 못 팝니다. 가난한 사람은 싼 것도 맘대로 먹지 못할 만큼 어려운데, 부자들 입은 남들이 모르는 더 고급진 걸 찾아 즐깁니다.
숫자로 보면 가난한 사람들이 훨씬 많고 부자들은 훨씬 적으니, 이런 현상은 농민들 한테도 도움이 안 되겠죠.
근데 실은 맛이 덜하고 평범한 농산물이 정상적인 것들입니다. 부러 당도를 지나치게 높이고 씨를 없앤 과일들은 병충해도 많아 분명 농약도 독한 걸 써야 할 겁니다.
인간 세상이 병이 드니 자연도 작물들도 이래저래 병드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