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출장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기차시간이 남아 일찌감치 채웠어야 하는 카페인을 회의하느라 놓쳐버린 아쉬움에 카페에 들렀다
뭐마실래요?
아.. 박사님 오늘은 제가 커피 사도될까요?
여기 비싸~ 다음에 회사 앞에서 사요~
아.. 제가 오늘 첫 월급을 받아서 사드리고 싶어서요
부사수와 사수
그 동안 많은 부사수들이 지나갔고 여전히 함께 일하고 있고 다른 팀에서도 일하고 있다
나 역시 누군가의 부사수였고 지금은 팀의 일원이지만 사수는 따로 있지 않다 그저 팀장과 동료들과 코워크를 통해 팀을 이끌어가는 파트장이다
처음엔 부사수라는 것에 마음과 시간과 정성을 쏟아붓고 많은 에너지를 썼던 것 같다 나도 어렸고 그들은 더 어렸고 첫 부사수를 잘 이끌어 가고 싶었던 마음에 욕심이 컸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열정이 지나친 그 당시 나의 업무를 함께 몸으로 받아가며 시간과 정성을 함께 쏟아부어주었던 그가 지금은 다른 팀이지만 같은 조직 안에서 이래저래 이심전심 서로를 응원하며 도움을 주며 지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매우 감사하다
그 당시 나를 돌아보면 한없이 부족했던 것 같은데 그는 항상 많이 배워서 고마웠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고마운게 더 많은데 말이지
그 후 많은 부사수들이 지나갔고 그 사이 어떨때는 나 역시 샌드위치로 아래위로 끼어서 윗직급 맞추랴 아래직급 맞추랴 뜨거운 패티와 빵사이에 끼어버린 녹아내리는 양상추 같은 시간들도 지나갔다 이 또한 돌아보면 녹아내리지않고 다시 조금은 아삭거림을 찾은 양상추로 힘내서 여전히 조직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기특하기까지 하다
오늘또한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는 출장길에 뭐를 어떻게 배웠는지도 모르겠는데 부사수에게 쑥쓰러운 칭찬을 한가득 듣고나니 몸둘바를 모르겠다
아무래도 그가 이런 조직생활이 처음이어서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이리라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고맙고 마음을 말로 소통할 수 있어 더욱 고맙고 앞으로도 서로의 발전을 위해 윈윈할 수 있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는 훈훈한 이야기로 짧은 카페인 충전을 마치고 기차역을 향했다
나는 예전엔 사수는 무조건 가르치는 것이라 생각했고 부사수는 반대로 배우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직렬같은 구조로 아래위로 흐르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항상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부족함이 없는 사수가 되고싶어서 부단히 내 딴에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사수들이 부족함을 보였을때 느꼈던 실망감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지나고보니 그 관계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격려하며 함께 발전해나가는 관계였다. 서로서로 공유한 것을 각자의 방법으로 넓혀가면서 우리가 되어 우리의 영역과 가능성을 보다 확장해가는 것.. 보듬어주고 응원해주고 힘들때는 조금 에너지 있는 사람이 가다가 또 다른 사람이 가다가 마치2인3각처럼 서로 배려해야하고 같이 노력해야 앞으로 굴러갈 수 있는 사이인 것 같다
전혀 다른 사람이 각자의 이상향과 자신의 발전을 위해 같은 조직 내에서 성과를 이뤄 본인 각자의 만족 뿐 아니라 파트의 발전도 함께 하는 함께 크는 사이..
가족도 아닌데 더욱 어렵고 가족보다 어쩌면 더 많은 사회적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사이..
오늘 이제 막 일한지 얼마 되지않은 부사수에게 내가 뭘 가르쳐줬는지도 모르겠는데 고맙다며 첫 월급으로 커피를 사주는 덕에 하루의 마무리가 핑크색 하늘 빛 처럼 조금은 더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