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부모에게 전이된다.
오랜만에 아침부터 와이프와 크게 싸웠다.
사소한 집안일이 발단이었다. 둘 다 화를 참지 못하고 아이 앞에서 철부지처럼 소리를 질렀다.
참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어른인 척했지만 결국 나도 윤우와 다를 바 없는 아이다.
몸만 커버린 아이라는 생각에 한없이 창피했다.
둘다 분노를 꾸역꾸역 참고 어린이집 등원까지 완료했다.
우리 부부의 다툼은 하원 시간까지 끝나지 않았다.
결국 각자 시간을 보내다 어린이집에서 마주치게 됐다.
격하게 싸워서인지 둘 다 말없이 아이를 기다렸다.
그런데 어린이집 선생님과 와이프의 대화가 이상하게 길어진다.
뭐지? 왜 이렇게 안 나오지?
와이프가 울먹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나와서 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윤우가 오늘 친구한테 물렸다고 한다.
뭐 당연히 애들끼리 물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겠지.. 라고 생각은 했는데 막상 물린 자국을 보니 맘이 찢어진다. 당장 다음날 멍이 들겠구나 ㅠㅠ
그리고 물렸을 때 울면서 "아야 아야~" 했다는데 얼마나 아팠을지.. 속상했다.
(아야 아야..는 좀 귀엽긴 한데 ㅠㅠ)
그렇게 우리 둘의 걱정과 함께 싸웠던 감정도 가라앉았다.
공통의 슬픔을 겪어서 그런지 우리 둘의 갈등이 크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다행히 윤우는 밝다. 해맑게 웃느라 아픈지도 모르는 것 같다.
저녁에 같이 목욕을 하는데 점점 파랗게 멍이 든다.
쓰리다. 내가 아픈 것보다 말 못 하는 아이가 아팠을 고통에 더 괴로워진다.
점점 부모(?)가 되는 것 같다. 아이가 아플 때 무기력함을 느끼면서 부성애 모성애가 커진다더니..
상황은 다르지만 물린 게 참 속상하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참 미안했나 보다.
바로 옆에 있었음에도 그걸 못 막았다고 자책한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가장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었을듯..)
괜찮다고 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인데 어떻게 혼자 그 많은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겠는가.
저녁에 윤우 할머니에게 윤우가 물렸다고 하니 대노하기 시작한다..
"무슨 그런 애가 다 있대!!!!"
윤우 엄마가 시어머니께 한마디 한다.
"어머니 근데 오빠도.. 유치원 다닐 때 친구 얼굴을.. 긁고 다녔다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끊어!"(당황한 목소리로)
우리 집엔 내가 어린이집 다니던 시절(97년..으로 추정) 앨범이 있다.
와이프가 그걸 보다가 빵 터졌다.
당시 선생님이 우리 엄마에게 쓴 편지 같은 메모장..
"선생님.. 김ㅇㅇ가 친구들을 자꾸 할퀴어요.. 손톱을 짧게 잘라주세요.."
역시 내 자식에겐 관대한 게 부모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