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5편] 인생의 전부가 사라질 뻔했다.

무사함에 감사하며

by 딴딴한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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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는 진짜 인생에 손꼽히는 빅이슈가 있는 날이다.
운이 좋다면 좋고 나쁘다면 나쁜..
16일 금요일
나는 야간 출근을 준비했고 와이프는 서울 사는 친구집에 놀러 갔다.
아이 하원을 빨리 해서 낮잠시간에 맞춰 출발했다.
난 평온하게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기가 울린다. 와이프 이름이 떠있다.
뭐지? 출발한 지 1시간 정도 됐는데 전화가 올 리가 없는데?
전화를 받자마자 와이프 목소리가 떨린다.
"오빠 큰일 났어..."
아. 교통사고 났구나. 마음속으로 그래도 전화를 했다는 건 괜찮겠지?
"뭐야 차 사고 냈어?" (왜 이렇게 말했을까? 너무나 당연하게 네 잘못이냐고 묻고 있었다.)
"앞에 차를 크게 박았어.."
"얼마나? 괜찮아? 윤우는??"
"뒤에서 엄청 울어.. 어떡해 차 문이 안 열려.."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만삭까진 아니지만 28주 임산부와 18개월 된 아이의 고속도로 교통사고
오랜 트라우마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아빠를 고속도로에서 잃었기 때문에 어쩌면 오늘 아내와 아들 그리고 태어날 딸을 모두 잃을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빨리 일단 나와서 안전한 곳에 피해. 윤우 토닥여주고.. 119 불러서 바로 병원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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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없었다.
이미 와이프는 혼이 나갔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멈췄다.
당장 회사에 연차를 쓰고 고속도로로 출발했다.
뭐가 됐든 아이와 아내를 빨리 태워서 안전한 곳으로 가야 했다.
다급하게 보험을 부른 후 상황이 좀 진정됐다. 보험 차량이 아내를 근처 휴게소에 내려줬다.
안성휴게소에서 아이와 함께 나를 기다렸다.
와이프 친구도 놀랐는지 안성휴게소로 온다고 한다.
1시간을 운전해서 만난 아내와 아이는 다행히 이상이 없는 것 같다.

-H5g4E3fSV3cbrXEcfTEt.jpeg (리암 리슨처럼 아이를 구했다.)

가장 중요한 건 둘째 아이.. 상태를 확인할 수 없으니 빨리 병원에 가야 했다.
세종으로 돌아갈지 아님 서울로 갈지 고민했다.
두 사람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보여서 서울 병원에 가기로 결정.
다시 1시간을 달려 서울에 있는 산부인과에서 둘째를 확인했다.
"휴...."
건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와이프도 크게 이상이 없다. 정말 천운이었다.
에어백도 다 터졌고 5중 추돌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운이 좋게 와이프 뒤에 차가 멈춰서 앞뒤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일이 해결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무사함을 확인하니 그제야 쿵쾅거리던 마음이 진정됐다.
감사한 일이다.
안타까운 건 내 차를 폐차해야 한다는 것 하나다. 금전적 손해는 크지만 천만다행이다.
고속도로에 사고 난 불운보다 폐차 선고를 받아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은 행운에 감사하다.
다행히 앞에 차주 분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 많이 놀란 와이프는 며칠 째 슬퍼한다.
내가 좀 더 토닥여줘야겠다. 아무래도 내 차를 폐차시켰다는 미안함이 계속 남아 있는 것 같다.
(걱정하지 마라... 난 이제 테슬라를.. 살 거니깐.. )

kn1Bexn5yKbvtwi0v-fvc.jpeg (귀여운 아가들)

그날 밤 아이를 재우는데 갑자기 눈물이 고였다. 이 귀요미를 다신 못 볼 거라는 상상만 해도 눈물이 핑 돈다.
평소에 감사함을 자주 언급하지 않는데 이 날따라 소리 내서 반복하고 싶었다. 아이와 아내를 안아주면서 아무도 다치지 않아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저 다짐(?)이 무색하게 시간이라는 망각과 함께 경제적 비용이 자꾸 맴돈다.
계획에 없던 차량 교체를 생각하니... 속이 쓰리다. 르노차 감가가 심한 건 알았지만 정말.. 저렴해졌구나.
무슨 차를 사야 할지... 이번 주 내내 고민할 것 같다.
전기차를 사야 하나 하이브리드를 사야 하나 중고차를 사야 하나..
누가 정답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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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정말 알 수 없다.
원래 와이프가 사고 난 날은 양가 어머니들을 모시고 일본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이런저런 바쁘단 핑계로 나중 일로 미뤘는데.. 결국 벌 받은 건가?
예정 대로 여행을 갔다면 이런 불상사도 없었겠지. 알 수 없는 인생이다.
내 취업과 동시에 르노의 qm6를 샀는데.. 그때 오래 타고 싶어서 죽음의 4가 4개 있는 번호판을 골랐다.
그냥 번호 대로.. 4망 해버렸다. 크흠
나름 많은 추억이 있는 차였지만 새로운 아이와 함께하진 못하고 작별을 한다. 안녕 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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