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처럼 감기도 오겠다.
26년 첫눈을 화려하게 맞이했다. 정신없이 퍼붓는 눈을 보고 멍하니 창문을 바라봤다.
아이도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이상하게 아빠 무릎에 포근하게 누워있는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켜본다. 그렇게 10분 이상 누워있더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는지 웃기 시작한다. 장난감을 흔들어보고 뒹굴거린다. 펑펑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니 아이에게 눈을 보여주고 싶다. 그렇게 눈길을 걷기 위해 나갈 결심을 했다. 목표는 함박눈을 바라보며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것이다. 18개월 남아의 최대 즐거움은 '버스'다. 엄마, 아빠 다음으로 많이 말하는 단어.
시내버스를 몇 차례 태웠더니 버스 승하차 문 열리는 소리를 반복한다.
"치이~"
오늘도 그 소리를 듣기 위해 아이와 함께 추운 겨울을 걷는다.
뭔가 따뜻한 날씨에 포근한 눈이 내리는 상상을 했는데 기대와는 달랐다.
뭐지? 잠깐씩 부는 바람이 상당히 거세다. 이거 뭔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
그래도 윤우가 눈 내리는 게 신기한지 앞으로 나아가면서 하늘을 바라본다.
"그래 버스 정류장은 코앞이니깐 가보자."
지하주차장을 통해 최단 루트로 버스 정류장까지 이동했다. 완전 무장을 했음에도 아이의 얼굴이 차가웠다.
도착 5분을 남겨두고 아이를 안아줬다. 최대한 밀착해서 체온을 올리려는 생각이었다. 버스가 다니는 큰 도로에 도착하자 아이의 흥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버스 지나갈 때마다 "뻐즈~ 버쯔~ 취이~ 치~이" 추임새를 넣는다.
내 웃음벨.. 진짜 귀여워서 웃음이 터진다.
버스 정류장에 오니 버스까지 태워주고 싶다. 세종 행복도시를 한 바퀴 순환하는 버스를 타야겠다.
전용 노선으로 한 바퀴 돌고 오면 얼추 저녁 먹을 시간이 되겠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버스에 탑승했다.
삐빅~ 버스카드 찍는 소리도 들려주고 앞에 보호대가 있는 좌석에 착석 완료!
신기하게 버스에 앉아 있으면 윤우는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본다. 신기한 건가? 아니면 그냥 큰 빠방이가 움직여서 신기한 걸까. 승용차를 탈 때와는 다른 반응이다. 아니면 카시트가 없는 차라서 자유로움이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목표한 곳까지 2/3쯤 왔을 때 갑자기 아이가 눕기 시작한다. 어라?
비슷한 건물 배경이 지루했나 보다. 아빠 허벅지가 포근히 눕는다. 이 귀여움으로 나를 압도해 버린다.
그렇게 도시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치익~ 문이 열리면서 아이도 졸린 상태에서 깨어났다. 문을 내리자마자 우릴 반겨준 건 눈보라..
모자가 날아갈 정도로 강력한 바람이 분다. 허걱 윤우도 몹시 추웠는지 얼어버렸다. 같이 손잡고 걸어가려다 추위에 아이를 너무 밖에 두는 것 같아서 서둘러 안았다. 이제 12kg이 넘으니 무게감이 상당했다.
근력 부족으로 떨리는 팔의 통증이 느껴졌지만 추위가 혹독했기 때문에 꾹 참고 집까지 안고 갔다. (아빠는 근력 운동을 참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낌)
눈보라를 뚫고 집에 왔다. 따뜻한 욕조에서 아이와 함께 목욕으로 마무리했다. 개운하게 씻고 나오고 밥을 먹는데 윤우가 밥을 뱉기 시작한다. 뭐지.. 아침에 할머니집에서 너무 잘 먹어서 먹기 싫은 걸까?
이상하다 싶었지만 적당히 먹이고 재우자고 했다.
아이의 자기 전 루틴은 동화책 읽기다. 30분 정도 동화책을 읽고 난 후 "윤우야 자러 가자"라고 하면 후다닥 침실로 뛰어간다. 오늘도 책을 열심히 읽어주고 있었다. 근데 이상하다 아이 머리가 뜨겁다. 뭐지?
"여보 윤우 열나는 거 같아."
아 37.5도였던 체온이 점점 오르더니 38.8도까지 올랐다 ㅠㅠㅠ
그동안 너무 안 아팠어서 나도 무뎠던 거 같다. 건강하게 자랐기에 아이가 열이 난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바깥 눈을 보고 무릎에 누웠던 것도 버스에서 기댔던 것도 전부 아파서 그랬던 거다. 그것도 모르고 눈 구경시켜 준다고 밖에 나갔다. 아빠 실격이다ㅠㅠ
평소에는 뒤척이며 놀다가 자는 윤운데 힘들었는지 30초 만에 그대로 잠들었다.
자는 내내 애 엄마는 아이 체온을 확인했다. 다행히 아침에 열이 내렸다.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나도 무뎌지는 것 같다. 오늘은 좋은 자극이 되는 하루였다.
윤우의 건강함에 감사하며 둘째도 아프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