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은 크지만 내 정신은 단단해진다.
충격과 공포가 가득했던 이사가 완료됐다.
미리 언급했듯 이번 이사는 두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충격'과 '공포'
컨디션이 안 좋은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상상을 넘는 전 세입자의 뻔뻔함을 목도해 버렸다.
자꾸 이사 갈 집 상태도 확인 안 했는데 잔금을 넣어달라는 부탁을 일주일에 4번을 넘게 할 때부터 이상했다.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아이가 살 집이니깐 긍정적인 마음을 갖자고 생각했다.
다음날 이사라서 하루 전날 입주청소를 맡겼다. 입주청소 사장님의 다급한 전화..
"자기가 1000건이 넘는 물건을 청소했는데 이 정도 상태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전화를 받고 찝찝함과 함께 집 상태를 확인하러 갔다.
더러운 건 상상 이상.. 곰팡이까진 뭐 오케이.. 근데 양심 없는 행동이 너무 많았다.
본인들이 쓰던 폐기물을 처리도 안 하고 그대로 놔두고 갔다. 게다가 뽁뽁이.. 스티커 등등 모든 흔적을 그대로 남겨두고 갔다. 덕분에 돈을 추가로 내서 제거를 했다. 먹다 남은 쓰레기 더미까지 놔두고 간 건 화나긴 했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아무리 청소를 해도 더러운 집에서 2년을 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괴로웠지만 어차피 선택지는 없다. 새 집에 가기 전에 여러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으니..
근데 역대급 사건이 생겼다.
보일러가 돌지 않는다. 아! 다행히 아이 자는 방은 보일러가 돌긴 하는데...
침실 방이 냉골이다. 하루 종일 틀어도 1도도 올라가지 않는다.
참 황당했다. 오래된 구축 아파트면 이해를 하는데 2011년에 지어진 아파트의 난방 시스템이 이렇다고?
더 황당한 건 보일러는 이상이 없었다. 뭐지? 내 상식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질문했다. "아니 보일러가 이상이 없는데 24시간 내내 틀어도 1도도 온도가 안 올라갈 수 있어요?"
도돌이표 같은 답만 왔다. "기계적 결함은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도... 저 말만 반복한다. 머리가 아파왔다.
오랜만에 답답함이 차올라서 타인에게 짜증을 내버렸다.
그분도 내 반응에 신경이 쓰였는지 사후적으로 조치를 취할 방법을 알려주시긴 했다.
윤우도 있었는데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다시 한번 감정을 추스르니 후회가 몰려온다.
그래도 보일러를 껐다 켰다 배관을 돌렸다 풀었다 했더니 온도가 조금은 올라가는 것 같다. 물론 내일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사실 이렇게까지 화가 날 일은 아니었는데.. 이사 첫날 새벽 12시 30분에 있던 사건이 충격적이어서 예민했다.
아이를 재우고 거실에 정리 못한 짐을 정리하려고 했다. 정리를 하던 중 윤우가 운다.
최근 기침감기로 고생해서인지 잠을 잘 못 자나 보다.. 다시 토닥이기 위해 방으로 갔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
문이 안 열린다? 뭐지? 문이 잠긴 줄 알고 다급하게 젓가락으로 눌러봤지만 잠긴 게 아니다.
헛돈다.. 문도 고장 났던 거다. 어쩐지 테이프로 문을 못 닫게 막아놨더라..
다급해졌다. 무슨 짓을 해도 문이 안 열리고 아이는 안방에 갇혀있다. 식은땀이 났다.
머리 회전이 정상적으로 돌지 않는다. 다음날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위험하다.
늦은 시간이라 미안했지만 119에 전화했다..
3명의 구조대원들이 문을 개방해 주셨다. 참 미안했다.
늦은 시간에 고생해 주신 소방관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다행히 문이 빨리 개방됐고 윤우도 울다가 지쳐 잠들었었다.
이삿짐과 큰 물건들이 쌓여있는 상태라 사고라도 생길까 봐 조마조마했다.
역대급 이삿날이었다. 잔뜩 예민해진 상태에서 짐 정리를 하다 보니 부부 갈등도 심할 수밖에 없지..
와이프랑도 대놓고 싸우진 않지만 보이지 않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 이것도 다 해프닝으로 끝나겠지.
최근에 여러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나쁜 마음을 먹지 말자고 다짐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부정적인 고민이 많아지면 자꾸 나쁜 결과가 나온다.
집에 대한 짜증이 컸지만 정작 아이는 너무 좋아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설렘이 느껴지는 듯한 아이의 표정과 반응을 보니 나를 반성하게 된다.
말로만 애들이 원하는 환경을 외쳤지 실제론 내가 살고 싶은 곳이 중요했던 것이다.
좀 더 경험을 하면 이런 일도 또 발생할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