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님과 연결고리
'부모님에게 자주 연락하자.' '살아있을 때 잘해야 한다.'
자식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말이다. 당연히 대부분 자식들은 이상적인 효자는 아니다.
마음속으론 수백 번 생각했지만 매일 꾸준히 연락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 부부도 그렇게 부모님과 소원해지고 있었다. 애써 형식적인 연락을 주고받다가 최근 2년은 정말 매일 빠짐없이 연락하게 됐다.
이유는 역시 '손주'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다. 윤우 덕분에 평소에는 하지 않던 영상통화까지 하게 된다. 전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전화도 이제는 아이를 핑계 삼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왜 전화했냐는 질문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당연하게 "윤우야~ 뭐 하니~"로 시작한다. ㅋㅋㅋㅋ 손주가 태어난 지 반년쯤 지난 후부턴 자식에게는 관심도 없다. 양가 부모님들 모두 그렇다. 부모님의 사랑이 자식에서 손주로 넘어갔다.
예전 강아지를 처음 데려왔을 때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다. 평소에 연락하지 않던 가족들이 집에 모이는 이유가 되고 작고 귀여운 생명체가 궁금해서 가족끼리 안부를 묻고 했던 시절. 윤우는 우리에게 부모님들과 연결하는 와이파이가 됐다. 부모들도 자식에게 전화하는 것보다 손주에게 연락하는 게 편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자주 영상통화를 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양가 부모님들과 거리감이 있었다. 처가는 당연히 어려웠고 본가 또한 뭔가 간섭하는 느낌을 받아서 상당히 불편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짓말같이 편해졌다. 심심할 때 전화할 수 있는 친구들처럼 어색함 없이 연락을 주고받는다. 편해진 만큼 버릇(?) 없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잊고 있던 가족의 유대감이 살아나는 것 같아 나쁘지 않다.
명절은 멀리 떨어진 온 가족이 모이는 중요한 날이다. 윤우는 외갓집을 가는 걸 좋아한다. 시골에서 공장을 하시는 외할아버지 집에는 신기한 기계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지게차를 좋아한다. "이이이이~잉 잉~" 차 움직이는 소리를 따라 하기도 하고 삐삐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차를 보고 흥분하기도 한다. 오늘은 할아버지께서 특별히 지게차에 앉혀주셨다. 윤우에게는 충격적이고 신선한 경험이었겠지. 남자아이를 키우면서 궁금한 게 생겼다. 도대체 알려주지 않았는데 왜 자동차를 좋아하는 거지? 본능적으로 오랜 역사 속에서 자라온 유전자 때문인가.. 참 신기하다. 다른 장난감도 많은데 고민도 없이 즉각 자동차에 반응한다.
윤우에게 친척형이 있다. 전에도 한번 소개한 적이 있는 내 조카다. 엊그제 말도 못 했던 아이가 이제 7살이 됐다. 그 나이 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형님' 놀이를 열심히 하고 있다. 윤우를 안았다 들어보기도 하고 장난감을 선물하기도 하며 자기가 어른이 된 것처럼 행세를 한다. 내 눈엔 둘 다 귀여운 아가들인데.. ㅋㅋㅋ윤우가 말을 하기 시작하니 형을 잘 따른다. "엉아 엉아" 이러면서 행동을 따라 하기도 하고 졸졸졸 쫓아다니기도 한다. 다만 좀 걱정되는 건 형이 소리를 지르니 바로 신이 나서 따라 한다. 그리고 물건을 던지거나 점프하는 모습도 모방한다. 일찍부터 태권도 도장에 다니면 터프한 아이가 된다더니 진짜 그런 것 같다.
윤우와 조카가 즐겁게 놀기 시작하니 육아가 좀 편해진 느낌이다. 아이가 부모 찾는 횟수가 확실히 줄었다. 둘이 신나서 노는 모습을 보니 둘째가 같은 성별이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부모에겐 다른 성별을 키우는 건 축복이지만 아이들은 아무래도 같은 성별끼리 어울려야 커서도 잘 지내지 않을까? 물론 난 아니긴 하지만... ㅋㅋㅋㅋㅋㅋ 엉아와 행복한 시간을 마무리하고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조카는 더 놀고 싶은지 투정을 부린다. 하지만 어른들은 냉정한 법. "차 막히기 전에 빨리 가야 해." ㅋㅋㅋ 그렇게 눈물의 작별을 하고 다음 명절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