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다.
유독 추웠던 겨울이 지나간다. 아이 하원 시간이다. 평소처럼 옷을 3겹 입고 집을 나섰다. 어라? 따뜻하다.
평소와 다르게 따사로운 햇살이 느껴지는 날이다. 어린이집 입구에서 다른 아이들이 해맑은 웃음과 함께 부모님과 나서는 모습이 보인다. 다들 날이 좋으니 산책을 하려나 보다. 와이프와 싸우고 나와서 마음이 불편했는데 날이 좋으니 감정이 차분해졌다. 이 좋은 날 집에 가지 말고 아이와 야외에서 놀아야겠다. 마침 같은 반 친구 해담이도 하원을 한다. 해담도 아빠가 데리러 왔다. 평소에도 자주 하원 후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오늘 산책도 같이 하면 좋겠다. 어딜 갈지 고민했다. 음... 차도 있고 하니 근처 호수공원으로 가야겠다.
혹독한 날씨 때문에 12월부터 호수공원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근데 날이 조금 풀렸다고 많은 이들이 즐비해 있다. 호수 쪽으로 가기엔 동선이 길다. 넓은 잔디밭이 있는 중앙공원으로 가기로 정했다. 제1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윤우와 해담이와 같이 걸어갔다. 어른의 걸음으론 10분이면 가는 거린데 아이와 함께 가는 건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솔방울에 시선을 빼앗겨서 진전이 더디다. 그래도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면서 풀밭에 뒹구는 모습이 상당히 귀엽다. 엄마들은 지저분해진 모습에 불편하겠지? 아빠끼리는 모든 게 용납되는 법이다. 이제 뛰어다니기도 하고 같이 손도 잡고 다닌다. 보기만 해도 뿌듯함이 느껴지는 묘한 감정이다.
넓은 잔디밭에 도착했다. 초록빛 공터에 햇빛이 따사롭게 비추니 평화로운 감정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같이 달리자고 제안했다.
"윤우야! 뛰어! 뛰어ㄸ! 뛰어!! 출발!!"
내가 먼저 솔선수범해서 달렸다. 적당히 빠른 걸음으로 다다다 다닥하며 달렸는데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쫓아온다.
ㅋㅋㅋㅋ내가 달려서인지 어린 시절 뛰놀던 기억이 생각나서인지 심장이 쿵쾅거렸다. 나쁘지 않아. 조금만 더 따뜻하면 더 좋겠다. 옆 가족들을 보니 공놀이를 하고 있다. 아직 윤우에겐 공놀이는 어렵지만 가끔 아빠가 드리블하는 공을 잘 쫓아온다. 아쉬운 건 축구공이 차지하는 자리가 많다며 엄마가 버려서.. 야외에서 놀 공이 없다는 거다. 작은 공이라도 하나 사야 할 것 같다.
1시간을 넘게 돌아다니다 보니 아이들의 목이 탄다. 물을 달라고 소리친다. 매점으로 다급하게 달려갔다. 후다다 아이가 가기엔 터프한 거리여서 안고 달려갔다. 두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참아가며 매점 앞에 도착했다.
"어? 왜 어둡지..?"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주말이 아니라 장사를 하지 않았다. 후... 울음은 더욱 거세졌다.
등줄기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좌우를 둘러보고 카페를 찾았다. 근처에 카페 발견! 어쩔 수 없이 음료 구매와 아이들의 식수를 교환했다. 갈증이 났는지 벌컥벌컥 가득 찬 물병을 비워낸다. 따뜻한 유자차와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한잔씩 시켜서 여유를 즐기려 했지만 역시 꿈이었다. 5분도 안 돼서 미친 듯이 돌아다니는 아이들 덕분에 음료수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가는지 모르게 허겁지겁 마셨다. 그래도 간식 먹는 순간은 얌전히 있어서 고마웠다.
아이를 키우면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 지루할 때가 있다. 같은 시간 등원 - 하원 - 집 규칙적인 루틴은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답답함이 느껴진다. 그럴 때 가끔씩 조미료 치듯 약간의 변화를 주면 삶이 다채로워진다.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님을 느끼고 매 순간 감사한 일이 많음을 깨닫는다. 물론 의식적으로 소소한 변화를 캐치하지 않으면 전혀 모른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아이와 함께 보내는 일상의 변화를 적는다. 그래야 꽉 막힌 마음이 펑 트이는 기분을 받기 때문이다. 오늘 이 먼지 가득한 옷과 함께 집으로 복귀하는데 아이의 표정이 유독 밝아 보인다. 내 착각이겠지만 더 열심히 놀아주는 아빠가 되고 싶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