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꿈

by 그냥이 아닌

우리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꾼다.


괴물이 나오는 유치한 꿈도 있고, 로또에 당첨되는 길몽처럼 조금은 더러운 꿈도 있다. 그 내용은 천차만별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꿈 속의 모든 순간이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기쁨도, 두려움도, 슬픔도, 우리는 그것을 진짜로 겪는 듯이 온몸으로 느낀다.


간절히 바라던 일이 꿈에서 이루어졌을 때, 그 행복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하지만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 그것이 단지 꿈이었음을 깨달으면 마음 한쪽이 무너진다.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면 그 잔인함은 더더욱 깊어진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꿈에서 겪었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 보니, 내 앞에는 어둠으로 가득 찬 새벽이 있을 뿐이었다. 그 허전함과 상실감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꿈은 우리에게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해주고 희망과 기쁨을 선사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환상에서 깨어났을 때 느끼는 잔인함 또한 선물처럼 남긴다. 나는 그 감정을, 꿈의 잔인함을 너무나 잘 안다. 아래의 작품들은 꿈의 잔인함을 잘 보여주는데, 나는 그 감정에 많이 공감했다.



01. 영화 '달콤한 인생'


울고 있는 제자에게 스승이 물었다.

‘왜 그리 슬피 울고 있느냐?’

‘꿈을 꾸었습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기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면 왜 그리 슬피 우느냐?’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02. 노래 '꿈에'


나처럼 그대도 알고 있었군요 (꿈이라는걸)

...

나 웃어줄게요. 이렇게 보내긴 싫은데

뒤돌아 서네요 다시 그때처럼

나 잠깨고나면

또다시 혼자 있겠네요. 저 멀리 가네요

이젠 익숙하죠 나 이제 울게요

또다시 보내기 싫은데 보이지 않아요.

이제 다시 눈을 떴는데 가슴이 많이 시리네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난 괜찮아요 다신 오지 말아요.



03. 시 '무화과숲 - 황인찬'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이 작품의 화자들은 이뤄질 수 없는 꿈에서, 꿈인 걸 아는 꿈에서, 사랑해도 혼나지 않을 꿈에서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러나 그 행복이 끝나는 순간, 눈을 뜨고 현실과 마주할 때 느꼈을 절망감은 얼마나 깊었을까. 나도 그 감정을 안다. 잠시나마 온전히 행복했기에, 깨어난 후의 허전함과 상실감은 더욱 선명하게 남는다. 꿈은 그래서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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