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놈의 화장실..ㅠ
사진으로 보던 그 넓은 장소는 맞았다.
하지만 수많은 차와 텐트로 뒤죽박죽 얽힌 그 모습은 절대 사진의 그 장소라고 믿어지지 않았고, 우리는 또 방황하며 갈 길을 못 찾던 중 어떤 사람들이 텐트를 접고 옮기는 자리를 우연히 발견했다.
난 후다닥 차에서 내려 그쪽으로 달려갔고
“ 혹시 이 자리를 빼는 건가요? ”
하고 물은 뒤 그렇다는 대답을 듣자마자 여자친구에게 손짓했다.
“ 이리 와!! ”
여자친구는 그 자리에 서서 내가 주차할 때까지 지켜주었고 우리는 처음으로 우리만의 세팅을 시작했다.
하지만 팝업 텐트의 지퍼를 열어 멋있게 ‘휘익’ 날리려던 내 계획은 처음부터 틀어졌다.
지퍼를 반쯤 열자마자 텐트가 ‘후드득’ 빠져나왔고 당황한 채 서 있던 내 손에는 초라한 텐트 가방만 들려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텐트는 정말 자동이었다.
조금 멋은 없었지만, 쉽게 펼쳐진 텐트에 의기양양하며 차에서 내린 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정말 걱정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해진 사이트도 없는 사실상 노지에 가까운 캠핑장이었지만, 확실하게 화장실과 개수대는 있었기 때문이다.
난 굳이 여자친구에게 물었다.
“ 화장실 안 가도 돼? ”
아마도 화장실이 있다는 사실이 나는 엄청 자랑스러웠나 보다.
“ 그럼, 한 번 다녀올까? ”
여자친구는 대답했고 난 저 멀리 보이는 화장실 건물로 안내했다.
화장실은 두 군데 건물에 나누어져 있었는데 한 군데는 넓은 땅의 중간쯤에 있었고, 다른 한 군데는 입구 근처의 구석쯤에 있었다. 우린 가까운 화장실부터 방문했고 문을 열기 전부터 안쪽의 상황은 냄새로 짐작할 수 있었다.
“ 헙, 뭐야. 냄새가 너무 심한데? ”
중간에 있는 화장실은 재래식이었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암모니아 냄새로 주변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 우리 저쪽 화장실로 가자 ”
우린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 산속에서 해결할 수는 있어도 이 화장실은 도저히 못 쓰겠다.’
우리는 천천히 걸어갔고 입구 쪽 화장실의 외형을 보고 조금은 안심했다.
비록 멋진 건물은 아니었지만, 그 안에 재래식 화장실이 들어있을 것 같진 않았다. 예상대로 입구 쪽 화장실은 수세식이었고 내부 컨디션은 지저분했지만 우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다만, 모든 사람이 이쪽으로 몰려 줄 서기는 기본이 될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을 목격하고 난 후 처음보단 조금 불편한 느낌으로 텐트에 돌아왔다.
“ 캠핑장은 원래 다 이런가? ”
난 또 방귀 같은 말을 하며 기대와 다른 화장실 컨디션에 왠지 기죽은 듯한 여자친구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 앞으로 캠핑을 안 간다고 하면 어쩌지? '
다음 캠핑은 꼭 깨끗한 화장실을 먼저 확인하고 예약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