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에 눈뜨다
“ 이제 먹어볼까? ”
난 병지방에서 배운 스킬을 사용하여 토치로 숯에 불을 붙였고 이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여자친구를 올려다보았다. 이번에도 고기는 삼겹살이다. 다음엔 좀 다른 고기를 사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슬쩍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 다행이다.’
만족스런 표정의 그녀를 보며 난 안심을 했고 고기를 입안으로 욱여넣으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고기는 내가 좋아하는 것일 뿐, 여자친구는 잘 먹지 않는다. 다만, 캠핑의 특수성으로 메뉴는 항상 바비큐가 되는 것이라서 조금 의식을 하고 있었다.
계곡도 없는 나대지에 캠핑하는 상황이라 부른 배를 소화시키기 위해 산책을 하기로 했다. 캠핑장 구석구석을 돌다 보니 여기저기 ‘늪’처럼 보이는 고인 물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조차 우리에게는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는 소재가 되었다.
“ 모기가 엄청 많겠는데? 원래 이런 물에는 모기 유충이 살거든. ”
난 말이 끊기면 안 된다는 강박감이 있는 사람처럼 무슨 말이라도 떠들어대며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내가 여자친구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텐트로 돌아와 우리의 자그마한 팝업 텐트 속에 병지방에서 구입한 이불을 깔았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8월의 무더위에도 캠핑할 때는 두꺼운 이불이 필요함을 알고 있었고, 오늘도 그럴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해가 지고 밤이 되어도 도무지 날씨는 추워질 기미가 없었다.
“ 와아, 너무 더운데? 여긴 계곡이 아니라서 그런가? ”
우린 찜통 같은 텐트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뭔가 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밖은 ‘늪’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기떼가 기승을 부리고 텐트는 찜통에다가 공간이 너무 작았다. 근처에는 관광은커녕 다닥다닥 질서 없이 늘어선 텐트와 차들이 가득했고, 술자리의 여파로 시끄러운 잡음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 또 망했다. ’
개수대에서 우린 땀을 물로 바꾸고 여전히 젖은 옷을 입은 채로 주변을 구경했다.
“ 아, 우리도 저런 게 필요하네.”
여자친구가 말했고 우린 그 당시 이름도 몰랐다. 그건 ‘타프’였다.
“ 흠.. 저런 천막이 있으면 텐트 앞에서 앉아 쉬기 좋겠다. ”
우린 캠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계속 둘러보며 우리에게 필요한 장비가 또 어떤 게 있을지 살폈다.
“ 와, 저기 테이블 진짜 멋지다. ” “ 와, 저것 좀 봐”
우리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다른 사람들의 캠핑 장비를 계속 부러워했다.
어쩌면 이날이 우리 캠핑라이프의 본격적인 시작이 되는 날이었던 것 같은데..
그 때문인지 우리는 장비가 너무 많은 헤비캠퍼로 진화하고 있었다.
다시 이때로 돌아간다면, 장비는 조금만...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