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구입_1

본격적인 장비구입

by 일남책

캠핑을 갈 때마다 불편함을 겪었으니 슬슬 여자친구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는 제대로 된 장비 없이 즐기는 망나니 같은 캠핑을 지속할 순 없었다.

병지방캠핑의 후유증으로 삼촌에게 더는 장비를 빌리기 힘들다 보니, 장비구입은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그래서 세 번째 캠핑은 꽤 시간이 흐른 뒤에 할 수 있었다. 특히 여자친구에게 캠핑은 힘든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심어주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두 번째 캠핑을 다녀온 이후로 우리는 캠핑보단 주로 리조트나 해외여행 혹은 펜션을 다니며 여행했고, 어느 날 아주 좋은 분위기에서 내가 말을 꺼냈다.

“ 우리 저번에 ‘고릴라캠핑’이라는 매장에 가보기로 한 것 기억나?”

여자친구는 깜빡 잊고 있었던 일을 기억하듯 내게 반응했고 난 드디어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를 잡았다.


“ 그 매장에 가면 정말 모든 캠핑 장비가 다 있대. 우리 풀 세팅으로 장만할까? 내가 집에서 자는 것처럼 만들어줄게. ”

꽤 과장된 말투였지만 그때 난 진심이었다.

정말 제대로 된 장비를 사서 그녀를 편안하고 즐거운 환경에서 캠핑을 즐기도록 해주고 싶었다. 물론 캠핑장의 깨끗한 화장실은 필수겠지만..

두 번째 캠핑을 다녀온 이후 나에게 생긴 변화는 자동차가 생겼다는 것이다. 난 그 트렁크를 꽉 채워서 올 생각으로 여자친구와 구입리스트를 작성했다.

“흠, 우선 그때 본 천막. ” 우린 아직도 타프를 몰랐다.

“ 그리고.. ”

막상 아는 게 없으니 뭘 사야 할지 떠오르는 게 없었다.

“ 그냥 가서 물어보자”


우린 가장 가까운 매장을 검색했고 망설임 없이 바로 출발했다. 매장은 도심의 한적한 곳에 있었는데 입구부터 온갖 텐트와 장비들이 즐비했다.

우린 괜스레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매장 안으로 들어갔고, 사장님의 반가운 인사를 되레 어색해하며 쭈뼛거리고 있었다.

혹시 뭐 찾으시는 게 있느냐는 사장님의 말씀에 난 이렇게 대답했다.

“ 음. 텐트 위에 엄청 커다란 천막을 쳐서 그늘을 만드는 게 있던데요. 그런 천을 좀 사고 싶어요. ”

지금 생각하니 이불킥을 백 번은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 당시에 난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했다. 아는 게 없었으니..


' 무식해서 용감한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