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일 시간

여러 목소리 속에서 길을 잃기 전에

by 리사


몸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한 명의 지도를 따라가는 것이 나를 위한 선택.


선생님마다 아름다움을 그리는 방식은 조금씩 달라요.

누군가는 폴드브라에서 팔을 아주 길게 끌어주시고,

또 다른 누군가는 팔꿈치의 곡선을 더 살려주십니다.


같은 동작이라도 강조하는 포인트가 다르고,

그 디테일이 몸에 스며들기 전이라면 —

여러 목소리는 곧 여러 언어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서 지금처럼 ‘기초를 잡는 시기’ 에는

한 선생님께 집중하는 것이

혼란을 줄이고, 내 몸의 언어를 하나씩 배워나가는 길이더라고요.


이건 어제,

목동 빌리발레에서의 작은 원정 이후

현아쌤과 제가 함께 내린 결론이에요.


그곳에서 저는 ‘중심이동’과 ‘상체의 힘’에 대한 전혀 다른 피드백을 받았죠.


“그 선생님은 제가 너무 머리끝까지 풀업하고 있다며,

복근까지만 쓰라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원장님은 항상 정수리까지 풀업하라 하셨잖아요.

너무 헷갈려요…”


“그쵸, 그래서 지금은 한 선생님께 정착하시는 게 맞아요.

말씀하신 거 이해돼요.

xx님은 가슴이 들려 있어서, 정수리로 끌어올리는 힘이 필요해요.”


“… 어렵다.”


그때 발메 y 님의 한마디가 조용히 내려앉습니다.


“그냥 머리를 비우고 해보세요 ㅋㅋ”


“아 근데, 저도 힘이 너무 부대껴서요ㅠㅠ”


“풀업은 겉에서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몸 안쪽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에너지예요.”


그 순간,

아, 역시 발레는 결국 조용한 자기 대화구나— 싶었어요.

화려한 음악과 거울이 있지만,

정작 변화는 가장 고요한 내면에서 일어나거든요.


말 없이 공명하는 감각.

속에서부터 울려오는 정적의 울림.

그게 바로 발레의 진짜 언어입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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