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8자를 무한대로 그리는가.

25년 여름 편

by 봉킹

2025년, 20대의 중반을 맞이한 해.


2 ×3m의 좁은 자취방 거실에 동네 친구들을 몰아넣고 술잔을 부딪치며 시작했다. 단골 술집에서 스무 살의 기쁨을 즐기는 동생들을 보며, 내 청춘의 의미를 되새겼다. 서툰 말솜씨로 축하를 전하는 대신, 그저 “같이 짠 할까요!”를 외치며 술집을 울렸다.

첫날 아침 예약해 둔 일출 서핑은 술기운 때문에 취소됐다.
다시 복학한 캠퍼스는 휴학 시절 믹스커피를 마시며 아저씨들과 담배연기 속에서 보내던 공간과는 달랐다. 풋풋했고, 향기마저 달랐다. 노가다로 단단해진 몸은 삼겹살과 전지로 채워진 살집으로 변해 있었고, 나는 비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리산 :종주.


경험상 3인이 가장 합리적이지만, 이번엔 6명을 모았다. 결국 남은 건 핵심, 하랑이형과 용규였다. 설레는 마음이 식기 전에 대피소 예약을 마쳤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넘으며, 웃음보다 고통이 가까웠다. 하지만 대피소에서 구워 먹던 삼겹살은 5년간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다. 소금과 함께 배추까지 나눠주던 여행객은 내게 삶의 태도를 다시 가르쳐줬다. 여유와 나눔.


용규는 결국 멘탈 문제로 장터목 전에 하산했다. 팀장으로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내 책임이 크게 다가왔다. 여유를 잃고 하랑이형의 농담에 짜증을 내던 내 모습이 한심했다.


천왕봉을 찍고 내려오던 길. 나는 달렸다. 네 시간이 걸릴 길을 두 시간 만에 내려와, 중산리 정류장에서 쭈쭈바를 물며 웃던 그 순간. 그것이 여름의 시작이자 절정이었다.


시간이 흘러 하랑이형에게 사과했다. 유머와 재치를 짜증으로 받아쳤다는 고백을 그는 넓은 마음으로 받아줬다. “넌 알맹이가 있어!”라며 웃어주던 그 말이 오래 남는다.

청춘은 단단한 몸에 말랑한 생각을 품는 것.


나는 앞으로도 발로 수많은 8자를 그리며,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2025년 9월, 붉은 달이 떠오른다.
이제 곧, 기대되는 일출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