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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를 맞아 오래된 친구를 만났다.
친구와 앉아 술을 마시며 근황 잡기와 고민을 얘기하다, 결국 그 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야 말았다.
나는 이 친구와, 그리고 불참한 친구 한 명까지 셋이서 스스럼없이 하나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키워오다가,
최근 그 꿈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져 그 이야기를 포스트잇에 남긴 채 다른 페이지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고등학생 때쯤 읽었던 장 지글러의 책 속 인물, 중앙아프리카의 한 지도자이자 독재자이면서 혁명가였던 토마 샹카라에 대한 이야기가 그 꿈의 시작이었다.
낙후된 식민지의 혁명가로서, 사회주의와 유사한 사상 아래 나라의 발전을 위해 싸우다 결국 친구의 손에 죽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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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키나파소는 중앙아프리카에 위치한 나라이다.
토마 샹카라라는 젊은 군인의 쿠데타로 정권이 탄생했을 때 바뀐 국명이며, ‘정직한 사람들의 나라’로 번역된다.
물론 많은 부분이 장 지글러의 시선에서 서술되었기에 토마 샹카라의 영웅적인 면만 다루었을 수도 있다.
그는 집권 이후 반제국주의적 정책 아래 토지의 분배와 자치를 중심으로 한 개혁을 추진했다.
또한 국가의 역량을 교육에 집중하여 국민의 진학률을 높이고, 농업을 진흥시켰다.
제국주의 국가의 시혜적인 원조가 아닌, 국가 스스로의 경제를 세우기 위해 노력했으며
외국 유학을 장려하는 등 인적 자원 개발에 열정적이었다.
검소한 삶을 사는 지도자였지만, 결국 외국의 지원과 정치적 이익을 좇은 친구에게 처형당했다.
한마디로, 4년여의 짧은 집권 기간 동안 국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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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그 시절의 나를 꿈꾸게 했다.
그리고 하나의 꿈의 형상을 만들었다.
아프리카는 넓은 대륙이다.
그 대륙과 주민을 폄하하거나, 나의 도덕적 우월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학교와 그에 유사한 교육 시스템이 부재한 땅을 말한다.
내가 꾼 꿈은, 교육을 받아야 할 시간마저 일을 하는 데 써야 하는 아이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회복시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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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이렇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재원 마련
2. 교육 시스템에 대한 지식
3. 대상지에 대한 정보 확보 및 현지인 섭외
하지만 최근 들어 오지에 학교를 짓는 꿈을 진지하게 고려해볼수록,
‘그들의 교육권은 무엇으로부터 침해받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정치적 문제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교육은 국가의 행정 시스템과 경제적 수준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을 학교에 보낸다는 것은,
그만큼의 인력을 부양할 경제력과 사회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현실적 이유들로 인해,
나는 태가왕 모임에서 이 꿈에 대한 이야기를 점점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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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태가왕은 내심 여전히 학교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형상화를 이어가고 있다.
친구로부터 받은 책 선물에는
“성공해서 아프리카에 학교 짓자!”라는 편지가 담겨 있었고,
관심 없어 보였던 가람이는 불쑥 “학교 지어야지.”라며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누가 말하지 않았던가.
“큰 꿈을 꾸어야 깨진 조각도 크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가왕이 있기에, 학교를 짓겠다는 꿈을 꾸겠다.
누군가 무모하다고, 혹은 나 스스로 ‘될까?’ 하는 의심이 들어도 꿋꿋이 나아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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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생각으로는, 멀리 아프리카의 오지가 아닌
우리 가까이에 있는 ‘친척이자 적’ 같은 지역의 핍박받는 인민들에게 학교를 짓는 건 어떨까 하는 몽상도 해본다.
뭐, 어떻습니까.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자유롭고, 몽상가를 키우는 나라 아닌가요.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함께 청춘으로 돌아가 몽상을 한 번 해봅시다.
닥친 현실이 어떻든, 몽상해야 현실이 바뀝니다.
일론 머스크가 로켓과 인공위성의 무리를 꿈꾸지 않았다면,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가 지금의 회사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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