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기역과 미음 사이를 걷는 법

by 봉킹

오랜만에 나의 스물한 살을 기억하는 룸메이트를 만났다.


늦은 밤 프린터 앞에서 만난 그 형은

“성숙해진 티가 난다”는 말로 인사를 건넸다.

서로의 어린 스무 살 초반의 몇 달을 함께 보낸 사이.

이제는 졸업 학기, 학교의 지박령이 되어 다시 만났다.


어쩌면 그렇게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자유롭던 젊음의 한 조각을 어딘가에 두고 온 모습으로.

서로가 건네는 말 사이에는

예전처럼 “내일 뭐 하고 놀지?” 같은 가벼운 이야기 대신

졸업 논문, 졸업 작품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조금은 무게감 있는 단어들만이

차가운 밤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담배 한 대 피울까요?”

그 말 한마디로 우리는

그 시절을 잠시 다시 불러냈다.

담배가 해롭다는 걸 서로 잘 알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 시절의 친구를

핑계 삼아 찾는지도 모른다.

그 핑계를 들고 흡연구역까지 걸어가며

가벼운 신변잡기를 나눴다.


연애 이야기,

요즘은 그냥 피곤하다는 이야기,

그저 그런 근황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흡연구역에 도착했다.

여전히 멘솔을 피는 그 형,

이젠 넘버 6을 물고 있는 나.


잠시 그 시절의 추억을 꺼내 보던 중

형이 물었다.

“너 그때 서핑이랑 글쓰기가 꿈이라며. 하고 있어?”

그 순간

잠시 잊고 있던 스무 살의 내가 떠올랐다.

그땐 누구보다 매력적인 글을 써서

언젠가 책을 낼 거라 떠들고 다녔고,

스물한 살의 나는 설계에 미쳐 밤을 새우면서도

파도 위를 멋지게 가르는 서퍼가 될 거라고 믿었다.


그때의 나는

경험을 쌓고,

목표를 심고,

꿈을 키우는 이야기를

참 많이도 했던 것 같다.


정말 다행이다.

나는 형의 질문 두 개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었다.

“스물한 살에 기숙사 떠나서 제주도 가서 서핑 강사 했어요. 그 뒤에도 계속했고요. 글은 아직 책은 못 냈지만 브런치에 계속 쓰고 있어요.”

말을 하고 나니

조금은 초라해 보였던 내 삶이

사실은 내가 바라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게 보였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나는 지금

꿈이라는 단어의

기역과 미음 사이 어딘가를

지나가고 있었다.


형은 지금

외국으로 나가는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부디 그 꿈이

내 꿈보다 조금 더 가까이,

혹은 꼭 알맞은 행선지로

형에게 다가가길 바란다.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처럼

우리는 정말

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그 명제를 증명하는 작은 사건 하나로

내 몇 년의 삶을 이해하게 된 날이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미래란 없는 것 같다는

두려움이 마음을 채우고 있었지만.


뭐 어떻습니까.

이게 봉킹인데.

내일은 오고,

꿈도 속도만 다를 뿐

결국 나를 향해 흐르고 있을 테니까.


여러분도 오늘

주변을 향해 그냥 시원하게, 소소하게

꿈을 나열해 보세요.


말하는 대로

이루어질지도 모릅니다.

사랑합니다.

모든 꿈을 꾸는 청춘들이여.

청춘에는 정의가 없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모두

내일의 나보다 조금 더 푸르기에

청춘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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