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북쪽 나라의 오로라가 내려와 그대가 되었다.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은 햇빛에 젖을 때면 금빛으로 물들었고 눈동자는 푸른 하늘빛을 머금고 반짝거렸다. 사람들은 그대를 두고 빛이며 얼지 않는 바다, 겨울에 피는 꽃 등 그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것과 가장 신성한 것에 비유했고 어떤 이들은 그대가 신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마지막 딸일 것이라고 여겼다.
그들의 믿음도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대는 사람들에게 친절하였고 미소와 온화함, 그리고 밝은 성격과 바른 모습, 현명함으로 그들을 도탑게 하였으니.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기 위해 내려온 요정이라 하여도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대의 모습을 통해 나는 요정의 메아리를 들었고 자연의 노래를 들었다. 그대 앞에선 대자연도 매서움을 감추고 하늘도 땅고 바다도 요람과 같았다. 우리 마을의 가장 형편없는 시인의 노래조차도 그대에 관한 것이라면 신들의 속삼임과 같았으니 무엇을 더 이야기하랴.
오로라의 소녀도, 그리고 그 소녀가 자란 여인도, 그리고 그 여인의 얼굴에 피어나는 노년의 시절을 막을 순 없었으니 그대는 여전히 오로라처럼 빛났지만 사람들은 그대를 잃을까 그것을 두려워하였다. 사람들은 특별한 존재가 생기면 그것을 보내려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열 살을 넘긴 소년과 소녀부터 노인까지 가장 용감한 이들이 모여 배를 타고 죽음의 신을 민나러 갔다. 저들의 목숨을 걸더라도 그대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현실과 모험은 혹독했고 그들은 가장 어린 그 누구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 누군가의 죽음을 막기 위해 인간이 죽음의 신과 협상하러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꽤나 오만한 일로 비쳤을 터.
이 일로 그대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그대가 그들을 말렸을 때에도 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심각하게 느끼지 않았고 그대를 지킨다는 낭만과 희열에 젖어 외려 축제를 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장례를 치러줄 시신조차도 남지 않았다. 그제야 사람들은 모두 슬픔에 빠졌고 가장 가슴을 아파한 것은 그대였다. 그대는 눈물을 흘렸고 모두가 침묵에 잠긴 어느 밤에 배를 띄워 죽음의 세계로 갔다. 죽음의 신은 직접 나와 그대를 맞이했고 무슨 일 때문에 자신을 찾아왔는지를 물었다. 그대는 자신을 위해 죽음의 세계로 왔던 사람들을 되살려달라 말했다. 죽음의 신은 곤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미 죽은 사람을 되살릴 방법은 없다 말했다. 그러자 그대는 머리를 굴려 그럼 그들이 새로운 몸을 얻어 새 생명으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죽음의 신은, 한 번 세상을 떠난 생명이 새로운 생명이 되는 것은 자신의 소명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대는 생명의 신을 찾아갔다. 그리고 죽은 이들의 영혼을 가둬둔 채 방치하는 죽음의 세상에 대해 말하며 같은 것을 청하였다. 그러나 생명의 신도 같은 이유로 거절을 하였다. 인간들의 세상에 태어나는 새로운 생명을 만들 수는 있으나 죽은 이의 영혼을 다시 새 생명으로 만들 수는 없다 하였다.
그대는 그들을 무척이나 사랑하였고 어떻게든 그들이 새 생명이 되기를 바랐다. 오로라에서 태어난 그대는 결국 시간의 신을 찾아갔고 그들에게 새로운 시간을 주어 다시 태어나게 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였다. 세상 모든 곳에 있고 모든 일에 관여하는 나는 그대를 시험하기 위해 그 일을 위해선 오로라 가루가 필요하다 말했다. 그대는 나의 뜻을 알고 있었다. 그대가 죽어야만 그대의 소원이 이루어져 사람들이 죽어도 새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그대는 그렇게 하겠다 내게 말했다. 그것은 희생을 감내하는 사랑의 위대함이었다. 나는 외려 그대를 시험한 나 자신의 경솔함으로 부끄러웠다. 나는 죽음을 결심한 그대의 표정을 살핀 뒤 앞으로는 모든 죽은 존재가 다른 모습과 형태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해 주었다. 그리고는 그대를 다시 하늘의 오로라로 보냈다.
내가 이뤄준 그대의 부탁을 언제든지 그리고 모두 볼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