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면 Mar 31. 2024

판다

서로 주고받을 것이 없으면

친구가 될 수 없게 된 나이에


문득 판다라는 동물을 알게 된다

육식 동물의 탈을 쓰고

평생 죽순만 발라먹는 미식가는

흑백만으로 그려진다


새벽이 쌓인 만큼

사람은 스스로를 섬이라 부르게 된다


수위가 높아지면 잠기고

파도가 세지면 부서지며

일정한 간격으로 잘려나가는


토막마다 흑과 백이 있다


나는 흑이고 너는 백이다

너는 흑이고 나는 백이다

합쳐지면 판다처럼 평생 채식주의자가 되는


우리 안에서

판다가 유머를 펼쳐놓는다

판다가 판다를 낳는다

손가락마디만 한 쌍둥이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통돌이 세탁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