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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면 Mar 31. 2024

밤팽이

밤 공기가 소란스럽기를 멎는다

생각하기 좋은 고요함이다

몸을 구겨 넣어본다


많이 움츠러들었던 눈 물로 적신다

들려오는 소리를 배열하고

그 사이엔 정적의 볼륨을 키우며


낮 동안 걸으며 남겼던 흔적을

물걸레로 닦는다 

광이 날 때까지 닦는다


이제껏 그렇게 흘려보냈던 밤들을 꿰어본

실로 엮어 건조시킨다

지나친 껍데기들을 헤아려 본다


인적 없는 도서관 노사서처럼

말라가는 껍데기에 칸을 나누어 본다


많은 공실이 있었으나

고요한 밤 공기가 스미고


별빛을 머금은 껍데기에서

날숨이 새어나온다

시린 밤바람 같은


밤을 닮아가고 있었다

달을 등 뒤에 매달고

한껏 움츠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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