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짚어 보면 아주 어렸을 적부터였어요
길을 찾지 못하고 결국
오줌으로 바지를 적셔버렸던 시절부터요
미아인 채 집에 돌아오면
갈래갈래 나뉜 길이 사슴 뿔처럼 보였어요
뿔난 짐승이 콧김을 세게 불면
겁 많은 내가 떨고
그 후로 나는 네 발이 달려 있거나
뿔이 나 있는 것들은 가까이하지 않았습니다
사슴이나 기린이나 코뿔소나 애벌레나 달팽이
얼마나 나를 쉽게 겁먹게 하는지
아주 어렸을 적 나는 뿔 하나 없는 미아였어요
안쪽에 뿔이 자라난 지금도 물론
어디로 갈지 갈피를 잡지 못해
자라난 뿔을 깎아 모아놓습니다
지금은 너무 뿔이 많아서
조소를 배우는 중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