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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면 Mar 31. 2024

새벽 당직

술집에 뛰 들어간 개를 상황실로 데려왔다

케이지에 들어간 개는 벽을 긁고 바닥을 긁고


밤이 새벽으로 숨넘어가는 동안 짖고 짖고

도무지 잊히지 않고 잊히려 하지 않고


새벽 안개 속에서 케이지는 열리지 않아

창살 사이로 까만 눈만 마주 본다


구청 아래로 시선을 내리면

사방이 도로뿐인데

그 어디도 길이라 부를 수 없는

잘못된 작명의 시절이 있었다


미아의 품속으로 파고들던

천진난만한 실종의 계절로

발자국만 남긴 개가 사라지고


다가온다던 아침은

개의 털처럼 새하얘

눈꺼풀 안쪽에 드리운 그림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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