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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며 사는 삶
등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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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Mar 31. 2024
산이 있었는데 파헤쳤습니다
뼈가 보일 정도로 처참하게요
등뼈를 따라 오르면
좋은 전망이 보여요
높은 아파트가 있고
더 높은 아파트가 있고
하늘이 구름을 걸어넣고
나를 바라보더군요
가을이라지만 아직 햇살이 세서
그늘에 숨었습니다
음달에도
낮이 있고 더 한낮이 있고
하늘이 아까와는 다른 구름을 묻히고
나를 몰아세우고 따지고 묻고
아파트 창문에 묻은 사람들도
한 마디씩 덧붙이고
산이 있었는데요
이름
붙여지곤
발골되었습니다
무덤을 파헤
쳐
부모의 골을 파먹던 괴물처럼
골수를 들이키려고 산을 자꾸 오르고
내려가는 길엔 카페에 들러
하얀 구름을 갈아넣은 빙수를 먹었습니다
산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꾸역꾸역
입 속에 밀어
넣었으나
혀에 닿으면
자꾸 녹아버리고 말더군요
그래서 그냥
괴물이 되었습니다
하얀 뼛가루가 테이블에 떨어
지
곤
얼룩으로 녹듯,
흐물흐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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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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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를 꿈꾸는 현직 학원 강사입니다. 아직 헛된 꿈을 버리지 못해 매일 고뇌합니다 그 고뇌의 자취를 이쁘게 포장해서 선물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문학이라고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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