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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면 Mar 31. 2024

동백나무 팻말

봄 햇살 받아내는 향기 머금은 꽃덤불

몸을 비비며 노래를 웅얼거리는 강아지풀

쏘다니는 병아리 떼, 모이를 쪼는 암탉

외출하고 돌아온 하얀 잡종견 강아지

부뚜막에서 조는 새끼 고양이

성당에서 들려오는 아스라한 찬송가

마루에 펼쳐놓은 책, 그 옆에 벗어놓은 안경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까만 머리카락


마당 귀퉁이엔 피지 않은 동백나무

그 가지에 목걸이를 걸어 놓듯

내 이름이 적힌 팻말을 걸어놓을 수만 있다면

나는 내 목마저 맬 수 있었지만


이미 떠나온 곳에 봄이 찾아와서

텅빈 손바닥엔 이름 모를 꽃만 만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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