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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면 Apr 18. 2024

손바닥 과실

관측하기 전

당신은 죽음도 삶도 아닙니다

관념 속에 뿌리박힌

색도 향도 없는 과실입니다


어떤 날은 가지 끝에 매달린

당신 모가지를 따고 싶어

손바닥에 새로운 미래를 새기기도 했습니다


얽힌 선을 그은 것은 과거이건만

선이 포개지며 그려내는 형상은 현재가 되고

형상을 읽는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당신은 무채색 과실처럼 대롱거리며

두려워하는 나를 비웃었습니다


나는 조롱을 견디지 못해

당신을 관측하기에 이릅니다


가지 끝에 목매단 당신 시체에선

빛도 향도 미래도 없이

오랫동안 구슬피 울던

꽃의 생애만 적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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